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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e Oct 18. 2020

당신의 전공은 무엇인가요?

day-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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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회과학계열이라는 계통으로 입학을 했다. 일 학년 때는 자유롭게 수업을 듣고 이학년 올라가면서 전공을 선택하는 구조였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과는 아주 많았다. 경제, 경영, 통계학부터 정치외교, 신문방송, 사회복지학까지 다양했다. 전공선택을 위해서 일학년 때 입문 수업을 많이 들었다. 심리학 입문, 경제학 입문 등등. 그중에 가장 재밌었던 수업은 철학 입문이었다. 철학자들의 개성 있는 생각이 무척 매력적이었고, 그들의 주장이 나의 세계를 명징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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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학문 중에 철학과는 없었다. 일단 우리 학교에는 동양철학과만 있고 서양철학과가 없었다. 설령 서양철학과가 있었더라도, 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전공은 취업하기가 어려우니까. 경영학과는 사회과학계열 전공 중에서도 인기가 있어서 학점이 낮으면 선택할 수 없었다. 그래서 끌렸던 거 같다. 좋은 학점 뒀다 어디 쓰나, 그냥 전공 선택하는데라도 쓰자. 그렇게 나는 경영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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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학점을 받으면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학비를 30%만 내면 되었는데, 이왕이면 할인된 가격으로 학교를 다니고 싶었다. 그래서 늘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공부 자체보다 학점에 더 혈안이 되어 있었던 거 같다. 외국인 학생들은 한국 학생들처럼 학점 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서 일부러 영어로 된 수업을 듣기도 했었다. 경영학을 전공한 덕분에 회사 내에서 언급되는 단어들에 약간은 익숙했지만, 그 정도가 다인 것 같다. 특별히 전공을 통해서 의미 있는 걸 배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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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취업 잘되는 전공이라서 그 전쟁을 뚫고 어디라도 취업을 한 게 아닐까 싶다. 한창 서프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경제가 나빠진 이후였다. 그때 이후로 고용난이 한 해도 더 나아진 적이 없다는 건 슬픈 일이다. 무튼 밥벌이하고 살 수 있도록 하는 약간의 지지대는 되었을 나의 전공. 지금도 특별히 의미부여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다양한 것들을 배우면서 살아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학교에서 희게 칠한 바탕색 위에 사회생활하면서 이런저런 채색을 해 나가는 중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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