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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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트 시맨틱 검색 광고가 텔레비전에서 나올 무렵 나는 그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내가 들어가는 본부에는 세 종류의 부서가 있었다. 배너 광고, 커머스 그리고 검색 광고. 배너는 어느 포털이든 대문짝만 하게 걸려있으니 뭔지 알겠고, 커머스도 쇼핑몰 같은 것이겠구나 했는데 검색 광고는 뭐지? 뭔지 잘 모르겠으니 그 부서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인생은 머피의 법칙이지. 나는 검색광고 부서로 배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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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팀에 들어가기 전까지 검색해서 나온 결과는 그냥 무작위로 배치되고 있는 줄 알았다. 검색 결과 상단에 나오는 것들이 모두 광고라는 사실을 그때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심지어 '광고' 라거나 'AD'라고 표시가 되어 있는데도 몰랐다. 내가 검색하는 키워드들이 그렇게 비싼 값에 팔린다는 사실도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알게 되었다. 나는 이 부서에서 검색 면에 대한 상세한 이해가 있는 IT 어린이로 자라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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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마다 각 대행사들이 얼마어치의 광고를 팔았는지, 개인 구매자들은 얼만큼의 광고를 샀는지, 클릭당 과금을 받는 광고가 얼마나 클릭되었는지 수많은 숫자들을 모았다. 어떤 때는 대행사에서 광고를 많이 팔도록 프로모션을 만들기도 했고, 어떤 때는 기간당 과금하는 광고의 단가를 매겼다. 나는 언제나 숫자를 보았다. 잘하는 일은 아니었지만 좋은 선배들을 만나서 차근히 일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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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광고 부서에서 몇 년을 일했는데도, 나를 기업문화 팀원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 내에 회사 소식을 공유하는 컴즈TV라는 채널이 있었다. 나는 컴즈TV 단골 배우였다. 많은 사람들이 사내에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카메라를 피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언젠가 엘리베이터 매너 캠페인을 찍는다고, 네 발로 기어서 엘리베이터를 나오는 장면을 촬영한 적이 있는데 그것도 너무 재미있었다. 망가져도 사람들이 보고서 재밌다고 말해주면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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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데 반해 예쁨을 많이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절 회사를 휘젓고 다니면서 일은 덤벙거리는 나를 묵묵히 지켜보아준 리더 행동이 지금도 종종 생각이 난다. 사회 초년생 때 어울려다니며 놀던 동기들은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지내는 좋은 친구가 되었다. 현재 회사도 동기가 추천을 해주어 들어올 수 있었다. 결혼식 때는 이제는 대표님이 되신 컴즈TV 피디님이 오셔서 영상을 만들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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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회사는 보통 근속연수가 3년이라는 말이 있다. 이직이 잦은 업계인 만큼 지금 다니는 회사에도 첫 직장 인연들이 많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성과를 내고 커리어를 관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사람을 얻는 일인 것 같다. 내가 어떤 일을 잘 하는지 아는 사람들은 필요한 곳에서 나를 불러준다. 또 내가 어떤 일을 해내야 할 때, 그 일을 같이할 사람들을 떠올릴 수 있는 것도 무척 큰 재산이다. 같이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혼자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일을 해낼 수 있다. 그런 재산을 첫 회사에서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