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어떤 걸까요?

day-44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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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나는 영어 학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작년에 영어 때문에 자괴감을 느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원래 하하호호 웃고 노는 영어 회화만 하고 있었는데, 올해는 본격적으로 영어에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아이엘츠나 토익같이 시험 점수를 목표로 하는 수업을 들으려고 오래간만에 파고다 학원 사이트에서 수업을 고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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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수업을 등록하려고 하니 내 안의 게으름이 나를 불러 세웠다. 거기 가면 내가 나이가 젤 많은 건 아닐까? 옛날에 다녀본 토익학원처럼 선생님이 숙제를 엄청 많이 내줄지도 몰라. 음력설 연휴가 기니까 그거 지나고 하면 어떨까? 연휴에는 맘 편히 놀아야지! 결국 설 연휴 핑계에 붙잡혔다. 음력설을 보낸 나는 이제는 정말 미룰 수 없으니 등록을 해야겠다며 결제창을 띄운 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중국의 한 도시에서 발생했다는 괴 바이러스는 안중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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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바이러스가 한국에도 왔고 갑자기 퍼졌단다. 순식같에 바이러스 공포에 휩싸였고 회사가 술렁였다. 그리고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처음 재택근무를 할 때는 어떤 날엔 쿠팡에서 라면이 품절되거나 하는 일이 있어서, 먹을 것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에 정신이 없었다. 영어 학원은 이미 관심에서 멀어졌다. 불과 며칠 만에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았다. 집에서 화상으로 일하는 미래가 기술발전으로 온 게 아니라 바이러스 때문에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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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안 가고 집에서 일하면 더 좋을 줄 알았는데 마냥 그런 건 아니었다. 늦잠을 잘 수 있게 된 덕분에 저녁이면 맥주를 한 캔씩 따서 마시곤 했다. 늘어난 알콜 섭취, 줄어든 운동량이 일상 패턴을 깨뜨리기 시작했다. 잠이 잘 오지 않고, 불안도 쉽게 찾아왔다. 그 이후 커피와 술을 대폭 줄였다. 낮에는 일부러 밖에 나가 해를 쬐었다. 그런 노력을 통해서 원래 리듬을 다시 찾아올 수 있었다. 일정한 시간의 출근과 퇴근이 내 생활을 상당히 규칙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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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를 통해서 우리에게 이미 메르스와 신종플루의 시대가 있었다는 걸 상기하게 되었다. 실은 이런 바이러스는 규칙적으로 우리를 찾아오고 있었다. 앞으로 나의 남은 인생에도 계속적으로 반복될 일이다. 지금은 내가 기저질환이 없는 청년이지만, 어떤 때의 나는 기저질환이 있는 노인일 수도 있을 테다. 또 협력 없이 생존할 수 없는 인간 집단생활에서 바이러스 전파를 막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았다. 바이러스 전파를 끊는 일은 곧 경제활동을 끊어내는 일이었다. 살기 위해서 우리는 바이러스 속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지만 어느정도를 감내하고 나아가야 하는 것일까. 매일의 확진자 숫자를 바라보며 우리는 승패를 알 수 없는 게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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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서 거실로 출근하는 미래 사회가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것처럼, 예측할 수 없는 미래는 어느 날 갑자기 코 앞에 등장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는 나에게 그런 메시지를 보내주는 것 같다. 내가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들이 당장 내일부터 전혀 가치 없는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가치의 완전한 전복. 단단한 쇠처럼 굳건하다고 믿었던 가치관이 뜨거운 것에 데어 조금씩 구부러지고 변형되는 게 느껴진다. 이 난리통이 끝나고 나면 새로운 모양으로 굳어지겠지. 그때의 나는 어떤 새로운 선택들을 해나가게 될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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