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좌절을 했었나요?

day-47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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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아직 젊고 능력이 있으니 그만두고 이직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정말 우리 팀 모두에게 나가라고 할 줄은 몰랐고, 내가 그 말을 들을 줄은 더욱 몰랐다. 희망퇴직을 권고하는 면담을 계속 당해야 했다. 나가라는 말을 들을 거라는 걸 충분히 예견했는데도 그 말을 막상 들으니 눈물부터 나왔다. 실장실 방문을 닫는데 눈물이 펑펑 나와서 자리로 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런 엉엉 우는 얼굴로 돌아가서 팀원들 옆에 앉을 수가 없었다. 다들 똑같은 말을 들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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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서 퉁퉁 부은 눈을 하고 정동길을 걸었다. 동기 하나가 같이 나와 나를 위로해 주었다.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했을 때 나는 회사를 그만둘 생각이 없었다. 누군가 나가겠지, 나는 다닐거야. 하지만 그 면담 이후에 감정적 동요가 컸고, 결국 희망퇴직 버튼을 눌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회사가 돈을 벌지 못한다는 건 정말 슬픈 일이다. 그때 회사가 지어 올린 사옥은 입주도 못하고 다른 회사에 넘어갔다. 현재 다니는 회사와 가까운 곳에 있어서 한 번 들어가 보았다. 내가 그때 도면으로만 보던 그 사옥이 바로 여기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 회사가 돈을 잘 벌었다면, 그 시절 사람들과 함께 여기로 입주를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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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가 틀린 말을 해서 미워하는 게 아니에요. 맞는 말을 너무 많이 해서 미움을 받았다. 저 말을 해준 사람은 그래도 나에게 애정이 있어서 해준 조언이었다. 나는 일하는데 필요한 의견은 주저 없이 냈다. 그게 적지 않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 누군가 익명의 설문조사를 했고 거기에는 나에 대한 비난도 일부 적혀있었다. 그 설문은 내 리더에게 전달되었고, 리더는 고심 끝에 잠깐만 의견 내는 것을 자제해 보자고 했다.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한 번 입을 다물었더니 언제 다시 열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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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그때 적혀있던 비난의 멘트가 기억이 난다. 내가 발언을 하면 예의가 없어서 소름이 돋는다는 이야기가 고스란히 기억나는 걸 보니 아직도 상처인 모양이다. 일하는데 필요한 이야기를 했는데 왜 그런 비난을 익명으로 받아야 하는지 억울했다. 지금도 간혹 그게 정말 내가 잘못한 걸까 생각한다. 알아서 정치적인 선택을 했다면 나는 상처 받지 않을 수 있었을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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