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요?

day-55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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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부서에서 일을 했을 때는 결과가 돈으로 나왔다. 본부장님도 매출만 잘 나오면 된다고 했다. 하루에 한 시간만 일해도 매출만 잘 나오면 상관없다고 했다. 새로운 프로모션을 만들었는데 우연히 매출이 잘 나오면 기분이 좋았고, 그렇지 않으면 골치가 아팠다. 내 목표는 모두 숫자로 되어 있었다. 내가 잘 못했을 때는 얼마큼 부족한지도 숫자로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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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업무를 맡고 부터는 일의 결과가 모호해졌다. 우리 부서가 일을 잘하면 회사가 돈을 잘 버는가? 돈을 버는데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많았고, 우리 부서는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를 제공할 뿐이었다. 예를 들어, 인사가 해야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동기부여라고 생각하는데 구성원의 동기부여 수준은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는다. 그게 높아졌는지, 낮아졌는지도 어떤 현상을 관찰하고 주장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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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업무는 주장의 영역이다. 미션은 사내 문제를 푸는 일인데, 그 문제를 푸는데 정답이 없다. 그래서 이게 제일 괜찮은 방법일 거라고 주장하고 실행하는 것이 인사부서에서 하는 일이다. 괜찮을 방법이 될 거라고 추론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정보가 쓰인다. 내가 알고 있는 정책 히스토리나 우리 회사의 일하는 방식, 사람들의 정서 등등. 그런 정보는 담당자가 실무를 하면서 알게 되거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어서 알게 된다. 하지만 그게 회사를 대표하는 의견일까? 내가 보고 들은 게 온전한 정보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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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하고 싶은 일은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려면 좋은 관찰이 필요하다. 그래서 보고 듣는 것 말고 다른 방법으로 관찰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대학시절 통계라면 딱 질색이었는데, 이제 와서 내가 통 계책을 들여다보면서 일을 하게 될 줄이야. 구성원들에게서 데이터를 받고, 실무에 활용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드는 일은 어렵지만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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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걸 하면서도 재미를 느끼는 걸 보니, 일을 잘한다는 건 더 재밌는 걸 해볼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인 것 같다. 지금은 어려워서 허덕거리고 있지만, 허우적대다 보면 언젠가 개헤엄이라도 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 그 과정에서 재미를 전리품처럼 주렁주렁 챙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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