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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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거기가 사무실인지 모르게 하고 싶다. 회사 사람이 아닌 사람이 들어오기도 하고, 어느 날 누군가 집안 잡동사니를 들고 와서 팔기도 하고 그러면 좋겠다. 필요한 물건이 항상 갖추어져 있지 않고,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해결하고 싶다. 추우면 핫팩을 사다가 저글링을 할 수도 있고, 더우면 물풍선 던지면서 놀고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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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무 말 대잔치를 하고 있는 이유는, 최근 리모트 근무를 해보게 돼서 그런 것 같다. 일은 노트북만 펴면 할 수 있다. 동료 중 한 명은 제주도로 가는 날 아침 회의를 김포공항에서 들어오기도 했다. 출근시간까지 김포공항으로 간 뒤에 거기서 미팅을 하고, 끝나자마자 비행기를 탔다. 그냥 그렇게도 일할 수 있다는 거다. 일할 의지가 중요하지 장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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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무실은 더 유연했으면 좋겠다. 공터가 필요한 날에는 너른 공간이 되고, 회의를 해야 할 때는 책상을 펴서 회의를 할 수도 있고, 혼자 집중해야 할 때 조용히 피신할 수도 있는 그런 공간. 내가 원하는 사무공간에는 아무것도 없어야 하고 동시에 무엇이든 있어야 하는 곳이다. 해리포터에 보면 필요의 방이라고 주문을 외면 나오는 공간이 있다. 마법 세계니까 주문을 외운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은 뭐든지 다 있다. 신비한 동물사전을 보면 주인공이 들고 다니는 작은 가방 속에 엄청나게 넓은 세상이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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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판타지적 상상이 실제가 될 리 없겠지만, 일단 사무실이 바닷가가 보이는 곳에 있으면 좋겠다. 그런 사무실을 갖고 있으면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주말에 다 거기와 있을지도 모른다. 재밌는 곳이 되겠네. 평일엔 아무도 없고 주말에만 와서 노는 곳이 될지도.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바른 자세로 일할 수 있는 보조 도구들이다. 오래 일해도 일자목이 되지 않도록 도울 수 있는 도구만 있다면, 나머지는 배낭 속 노트북이면 충분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