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배워 다행이다 싶은 건 무엇인가요?

day-65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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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악기를 배운 것. 오빠가 바이올린을 켜는 걸 보고 따라서 했다. 오빠가 연습하던 곡이라 악보를 보기 전에 곡을 알았다. 악보를 외우기보단 멜로디를 외워서 연주를 했다. 지금도 스즈키에 나오는 노래들은 손가락 번호로 외우고 있다. 바이올린을 특별히 잘 켰던 건 아니지만, 음악을 즐겼던 첫 번째 기억으로 남아있다. 혼자 연주하는 것보다 앙상블 활동을 하는 것이 특히 재밌었다. 거대한 그룹 속에서 내 차례의 멜로디를 차곡차곡 쌓으면서 음악을 듣는 것이 좋았다.


2

몇 년 전 개발을 시작한 것. 내가 매일 쓰는 서비스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 조금 더 잘 알게 되었다. 더불어 프로그래밍이 일이자 취미인 남편과 더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남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이해하고 지지해 줄 수 있어서 좋다. 개발자만 보고 웃을 수 있는 유머를 보고 웃을 수 있게 된 것은 덤이다. 처음에는 전직을 해볼까 싶어서 도전했지만, 지금은 내 업무에 프로그래밍을 활용할 수 있어서 더 만족스럽다.


3

글쓰기에 대해 배운 것. 글짓기는 초등학교 때도, 입시할 때도 배웠지만, 가장 많은 내용이 기억나는 건 대학생 때 친구에게 배운 글쓰기 수업이다. 친구는 탁월한 선생님이라 내 머릿속에 강렬한 메시지를 박아 넣었다. 문장은 짧게, 내용은 구체적으로. 수업시간 동안 수십 번 반복해서 완전히 외워버리게 된 가르침이다. 지금도 긴 문장을 적고 있으면 어디선가 친구의 목소리가 들린다. 문장은 짧게! 피상적인 개념들로 버무려진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글을 어떻게 쓰라고? 구체적으로! 덕분에 모자라지만 조금씩 나은 글을 쓰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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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다는 것은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마음은 실체가 없지만 글로 쓰면 실체가 된다. 나는 그렇게 실체 없는 늪 같은 곳에서 글이라는 징검다리를 놓아서 한 걸음씩 걸어왔다. 그 징검다리를 더 쉽고 견고하게 놓을 수 있도록 가르쳐준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오늘도 내가 무엇을 배워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지 글로 정리하니 거울 앞에 선양 더 또렷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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