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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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칭을 배우기 시작했다. 둘째 날 교육을 들으러 가보니 첫째 날과는 다른 강사님이 계셨다. 첫째 날보다 훨씬 나이가 많으신 분이었다. 작은 키에 짧은 머리, 약간은 교수님 같은 말투를 가지신 분이었다. 나이가 많으신 분이니 선입견 있는 꼰대 같은 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몇 분 이내에 선입견을 가진 건 내 쪽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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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을 배우며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코칭을 잘하려면 고객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고객 안에 답이 있고, 그 답은 고객이 가장 잘 찾아낼 것이라는 믿음. 고객보다 내가 앞서가면 진짜 질문이 아니라 답을 유도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고객에 대한 호기심이 사라지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 된다. 강사님은 좋은 코치님이셨다. 코칭 교육을 받으러 온 사람들을 끝까지 호기심 있게 바라봐 주셨다. 우리 교육 차수에는 독특한 질문이나 답변을 내놓는 수강생들이 많았는데, 그런 이상한 대답을 듣고도 진심 어린 독려를 많이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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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하게 잘 다려진 블라우스를 입고 지적인 안경을 쓰고 계셨는데, 파격적인 퍼포먼스도 많이 선보여 주셨다. 갑자기 엄청나게 큰 소리로 말씀하시거나, 어린아이의 설정으로 말해본다거나 하는 모습에 모든 수강생이 폭소를 터뜨렸다. 아직도 '아빠~ 나 그림그려쪙!' 하면서 양팔을 흔들던 코치님의 모습이 눈 앞에 생생하다. 수강생이 스무 명 정도라 인원이 꽤 되었지만 마음 편하게 큰 소리로 질문에 대답도 하고 실습도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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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전화로 코칭 실습을 받을 기회가 생겼는데 우연히도 그 코치님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 돌아가면서 코칭 실습을 했는데, 최근 인증을 받은 초보 코치들이라 우물쭈물하는 경우가 많았다. 내 질문도 시원치 않았다. 실습이 끝나고 코치님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여러분들이 실습할 때, 제 입장에서는 뭐랄까, 그 모습이 참 사랑스러워요' 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들으면서 만약에 나였다면 저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아마 나라면 초보 코치들이 저지른 오류들을 이 잡듯 찾아서 지적하지 않았을까. 그 앞에 뭔가 인사치레가 될만한 말을 하더라도 열심히 하셨다, 고생이 많으셨다 그 정도의 말이 다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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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을 할 때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 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초보 코치들이 질문을 잘 못하고 있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잘하려고 하는 마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닐까. 어떻게든 고객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서 열심히 하려고 진땀을 빼는 그 사람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치님은 그것을 바로 보시고 우리에게 사랑스럽다는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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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통 나이가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는 걸 꺼리는 경우가 많았었다. 왠지 어른들이랑 십 분 이상 말 섞으면 다니는 회사 오래 다니라거나, 결혼했는데 애는 왜 안 낳냐 거나, 그런 이상한 말을 듣게 될 것 같았다. 그런데 전혀 그렇지 않은 어른들이 있는 것 같다. 그 코치님이 그랬다. 언젠가 또 마주칠 기회가 있다면 기꺼이 먼저 말을 걸고 친해지고 싶은 그런 어른이었다. 나도 나중에 외모는 늙더라도 말과 생각이 늙지 않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력적인 어른을 만나면 매력적으로 나이들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