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84
1
오 년 뒤면 2025년이다. 와 이 숫자 뭐지. 자율주행차가 아니라 날아다니는 택시라도 다닐 것 같은 미래 숫자다. 그때면 내 삼십 대가 끝나가겠지. 향후 오 년 안에 이루고 싶은 것은 마흔이 되기 전에 하고 싶은 것이 뭐냐는 질문으로 들리기도 한다.
2
나중으로 미룬 건 시간이 지날수록 더 하기 어려워진다는 걸, 살면서 자주 느낀다. 오늘 여건이 안돼서 뭔가를 하지 못했다면 나중에는 더 어려울 뿐이다. 퇴직하면 느긋하게 가려고 했던 해외여행이 코로나로 아예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명확하게 더 쉬울 것 같은 일들도,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가 찾을 수 없게 될 수 있다. 앞으로 오 년은 미루지 않고 마음먹은 것들을 해나가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지금 마음 속에 들고 있는 일들은 뭐가 있을까.
3
책 쓰기. 이건 처음 책을 내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늘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적힌 내 책 한 권을 내는 것. 첫 책은 직장생활 7년 만에 나왔는데, 그때 앞으로 7년 안에 한 권 더 쓰고 싶다는 일기를 쓴 적이 있다. 이제 한 3년 남은 것 같다. 그 안에 꼭 써야지. 책으로 내려고 했던 공황장애 수기는 브런치에 매거진으로 작성해 두었는데 그 편이 훨씬 나은 것 같기도 하다. 매일 'SSRI'라는 검색어로 늘 유입이 있다. 언제든 포털에 검색하면 볼 수 있는 글이라는 게 마음에 든다. 힘든 이에게 작은 위로라도 되었으면.
4
바다가 가까운 지역에서 한 달 이상 살아보는 것. 남편이 리모트 근무를 하는 회사로 옮기자 나만 회사를 그만두면 아무데서나 살고 싶은 데서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퇴사 욕구가 샘솟기도 했었다. 지금은 코로나로 발이 묶여 유혹이 줄어들긴 했지만, 향후 오 년 내에 꼭 바다가 가까운 마을에 살아보고 싶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그런 데서 살아 볼일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미루면 될 일도 안된다. 꼭 가까운 시일 내에 실행에 옮겨 봐야지.
5
몇 년 동안 이직이 하고 싶었다. 실제 다른 회사에 지원을 해본 적도 있었다. 그런데 요새 들어서는 이직보다는 사이드 프로젝트에 관심이 생긴다. 당첨일지 꽝일지 모르는 문을 벌컥 열어젖히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집을 지어 올리는 건 어떨까. 오 년 내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제대로 벌여보고 싶다. 그러고 나서도 안되면 지금 회사에서 커리어를 키우든 이직을 하든 해야겠지만, 해볼 수 있는 선택지를 잘 활용해 봐야지.
6
마흔이 되기 전에는 좀 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을 함께 들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내년에도 수업을 더 듣고 지금 하고 있는 코칭을 놓지 않을 생각이다. 그런 능력이 정말 나에게 생긴다면 일하는 곳에서도 더 좋은 동료가 될 수 있겠지. 회사 생활 뿐만 아니라 그냥 살아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