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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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어떻게 보낼지도 못 정했는데, 내년 계획이 있을 리 없다. 어제 친구에게 연말이 너무 심심하다며 징징대서 친구 집에 놀러 가기로 약속을 하나 받아낸 참이었다. 이번 달은 성남시 정책으로 아파트 커뮤니티까지 폐쇄돼서 운동도 못하게 되었다. 집에서 앱을 켜놓고 스쿼트 몇 개를 간신히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를 기대하지 못하게 되는 게 자연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그래도 이렇게 계속 바람 빠진 풍선처럼 있어서는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2
역시 새해에 하기 가장 좋은 것은 영어공부겠지. 올해 초 파고다 영어학원 홈페이지를 뒤져서 수강할 강의를 결정하고, 결제하기 직전에 코로나 터졌던 것 실화인가. 그걸 내년 초에 다시 해보려고 하니까, 어쩐지 정확히 일 년 전으로 인생이 돌아간 것 같아서 웃음이 난다. 뭐지, 이 비디오 거꾸로 감기 같은 상황은? 내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방해받는 일이 없도록, 온라인 강좌를 결제해야겠다.
3
나는 고3 때도 온라인 강좌를 제대로 듣지 못했던 집중력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때도 안된 게 지금이라고 될까. 걱정이 되지만 남편도 영어공부를 하고 싶다고 해서 나란히 같이 들어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떤 강좌를 결제할지 조사하는 일만 남았네. 나는 종종 정보 수집 과다로 나가떨어질 때가 있다. 어떤 수업을 들을지 실컷 고민하다가 질려버려서 결국 아무 강의도 수강하지 않는 식이다. 이번엔 부족한 결정 능력을 뒷받침해줄 남편이 있으니 결제까지는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을 것 같다.
4
아이엘츠는 고사장에 가지 않고 컴퓨터로 응시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몇 점이나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점수가 있는 편이 동기부여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아이엘츠 시험을 쳐보기로 했다. 몇 년째 영어 회화 수업을 듣고 있지만 영어 회화 실력에 진보가 1도 없는 중인데, 영어 공부를 해서 선생님이 내 실력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게 만들고 싶다. 같은 표현을 두 번씩 알려줘도 또 까먹고 마는 단세포 학생이라 선생님이 가르치는 보람이 없으셨을 것 같아서, 내년에는 보답을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