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재택근무를 하실 계획인가요?

day-94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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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에 시작된 재택근무가 연말에 이르렀다. 집에서 일하면서 무엇이 바뀌었을까? 일단 집안 세간에 변화가 있었다. 핸드 믹서 같은 소소한 주방 기구들을 사들였고, 식기세척기를 달았다. 남편이 결혼 전부터 쓰던 소파를 당근마켓에 내놓아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고, 새 소파를 샀다. 소파 테이블도 하나 들였다. 사무용 의자를 구매했고 필요 없어진 식탁 의자를 분해해서 창고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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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둘 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자 분리된 공간이 필요해졌다. 우리 집엔 방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침실이고 하나는 취미방이다. 기타와 미싱만 있어 잘 쓰지 않던 공간이었는데, 이제는 매일 한 명이 상주하는 업무 공간이 되었다. 상반기에는 내가 거실에 남편이 방에서 일을 했는데, 지금은 남편이 거실로 나오고 내가 방에서 일을 하고 있다. 위치를 바꾼 건 내가 잠깐 출근했던 기간에 남편이 거실로 나오면서 우연히 시작된 일인데, 남편은 거실이 더 좋다고 했고 나는 방이 더 좋았다. 바꿔보지 않았으면 모를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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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매일 아침 스크럼을 도입했다. 근사하게 말해 스크럼이고 그냥 아침에 얼굴 보는 모임이다. 다른 일이 있으면 반드시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강제성이 없는 미팅이다. 10시 15분에 시작하는데 대개 30분 정도 걸린다. 우리는 매일 아침 어제 확진자가 몇 명이나 나왔는지 보고 소소한 수다를 떤다. 일 이야기도 하고, 사는 이야기도 하다가 끝날 때쯤 오늘 어떤 일들을 할지 계획을 공유하고 헤어진다. 이렇게 일을 시작하면 재택근무로 사라지는 스몰토크를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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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토크를 챙겨서 뭐할 건가? 그게 일에 크게 도움이 되는가? 누군가 묻는다면 특별히 그렇다고 말하긴 어려운데, 이거 하나는 말할 수 있다. 이 미팅을 하면 온사이트 근무와 리모트 근무의 공고한 벽이 살짝 허물어진다. 마치 아침에 사람들을 만나서 얼굴 보고 일하기 시작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주말에 누군가 머리를 잘랐다면 알아볼 수 있고, 오늘따라 얼굴이 많이 부은 팀원이 누군지도 알 수 있다. 무엇보다도 팀에서 돌아가는 일에 대한 공유가 좀 더 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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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도 계속해서 재택을 할 것이라면, 리모트 근무의 단점이나 부족한 점들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시도들을 좀 더 해보고 싶다. 나란히 스타벅스 음료를 놓고 원온원 미팅을 한다던가, 휴대폰으로 구글 밋을 켜고 각자의 집 앞을 산책한다던가, 그런 이벤트들을 만들어 보고 싶다. 리모트 업무 노하우가 쌓이면 팀원들이 어디 해외에 멀리 나가 있어도 손발 잘 맞춰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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