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의 평가를 받게 된다면?

day-93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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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회사에서 성과를 낸다는 건 모든 요소에 운을 곱셈하는 일이다. 대박이 난 서비스든 접힌 서비스든 비슷한 역량의 사람들이 비슷하게 열심히 한다. 어디에나 특별히 열심히 하는 사람은 있다. 거기에 우연한 시간과 흐름이 겹쳐져 대박이 나기도 하는 것 같다. 사람은 신이 아니라서 모든 사람이 얼만큼을 해냈는지를 들여다볼 수 없다. 잘된 서비스가 있는 곳으로 자연스레 보상 재원이 쏠리고 그로 인해서 득을 보는 사람이 있다. 회사의 재원은 모두 한 주머니에서 나온다. 득 보는 곳이 있다는 뜻은 당연히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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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제도를 기획해보고, 또 보상을 결정하는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모든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이후로는 좋은 평가를 받는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다. 평가 또한 한 인간의 결정일뿐, 그것이 나를 말해주는 건 아니었다. 모를 때는 궁금했지만, 정작 모든 사람들의 평가를 볼 수 있는 담당자가 되자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았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평가보다 내가 한 해 동안 얼마나 성장했는가, 얼만큼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확인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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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얼만큼을 할 수 있는지 입증하는 것 보다도, 나 스스로 내가 어느 정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진짜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잘하는 것처럼 포장하는데 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중요한 순간에 무너진다.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있을 때 나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금방 포기하게 된다. 그렇게 순간순간 포기하면서 일을 하면 결과가 형편없다. 내가 봐도 빈 구멍이 보이고, 결국 다시 자존감을 깎아 먹게 된다. 역시 나는 기획력이 없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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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프로젝트 리더로 한 일들이 많았다. 평소 팀원들이랑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해서 초안을 공유하면서 같이 완성하는 편인데, 올해는 프로젝트 리더라 마무리를 내가 해서 완성해야 했다. 완성을 한다는 건 결국 최종 결정 권한을 내가 갖는다는 의미였다. 혼자 결정을 내려서 뭔가를 완성하는 과정이 스스로에게 좀 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건이 된 것 같다. 내년에도 사부작 거리면서 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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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팀을 만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더 생각을 해볼 일이다. 예전 프로젝트에서 좋은 팀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현상들을 정리한 적도 있었다. 모르는 것을 쉽게 물어볼 수 있다, 팀의 일하는 방식을 정리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것들이었는데 우리 팀에서 그런 현상이 관찰되는가? 하고 자문하면 아닌 것 같다. 모르는 걸 쉽게 물어보려면 모름을 드러내도 이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을 거라는 신뢰가 필요하다. 또 일하는 방식을 정리해내야 하는 사람은 우리 팀에서는 나인 것 같은데 내가 이 역할을 안 한 것 같다. 해가 가기 전에 시간을 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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