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딜레마>
혹시 새해에 스마트폰 보는 시간을 줄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봐야 할 콘텐츠다. 내가 IT회사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 버튼을 눌렀는데 내용은 아주 무거웠다. 보면서 나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고, 즐거움을 주던 IT서비스의 이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동안 나쁜 서비스는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어 십 대가 주로 사용하는 메신저 중 일부는 명백하게 성매매를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어떤 메신저는 앱에서 나눈 대화량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그 포인트를 편의점에서 쓸 수 있게 해 준다. 가출 후 용돈이 부족한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성매매 시도에 노출되고 결국 희생양이 된다. 이런 악마의 기획을 갖고 있는 서비스만 나쁜 서비스라고 생각해오고 있었다.
하지만 서비스의 검은 이면은 그보다 훨씬 광범위했다. IT회사가 돈을 버는 방법, 그 자체가 문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IT회사에서 국룰처럼 이야기되는 문장이 있다. 일단 사람만 모으면 돈은 알아서 벌린다, 라는 말이다. 많은 앱들이 친구를 초대하게 하고, 알림이나 프로모션을 통해서 재방문을 유도한다. 그것이 이 바닥에서 돈 버는 방법이니까,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소셜 딜레마에서는 내가 공짜로 쓰는 앱이 누구를 고객으로 두었는지를 알려준다. 그들은 자신에게 돈을 주는 광고주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내가 앱을 쓰는 만큼 돈을 내지 않았다면, 나는 그들의 고객이 아니라 사용자다. 더 엄밀히는 내가 그들에게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그들의 앱을 사용하면서 변화하는 내 인식과 행동이 바로 내가 그들에게 제공한 상품이다.
페이스북은 내 피드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가 있다.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 피드를 줄이기 위해서 가십성 피드를 클릭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은 겨우 그뿐이다. 페이스북은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서 나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최근 미국 대선에서는 투표율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자세한 결과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런 대중 조절에 성공하고 있다고 한다. 무의식 중에 누군가의 의도대로 행동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최근의 세대들은 더 어린 나이에 이런 서비스를 접하고 있다. 미국 십 대의 우울증, 자살에 대한 그래프는 2013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한국에서도 십 대가 함께 얼굴을 맞대고 핸드폰만 붙잡고 있는 짤들이 돌기도 했었다. 현실보다 더 자극적인 온라인 세상 속에서 어플로 만든 더 아름다운 내 얼굴을 보면서, 그들이 받는 좋아요와 댓글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얼마 전부터 인스타그램에서는 하트 카운트를 노출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위험한 일들이 현실에서 많이 발생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튜브도 사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플랫폼에서는 영상이 다루는 콘텐츠의 진위여부를 검증하지 않는다. 내가 평평한 지구설에 귀가 솔깃해 그런 영상 몇 개를 봤다면, 유튜브는 비슷한 영상을 계속 추천한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정부가 조작한 가짜 뉴스라는 영상 몇 개를 더 봤다면? 그런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이 자주 보는 다채로운 영상을 추천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 영상은 내 입맛에 잘 맞고 내 생각과 일치한다. 나는 끝없이 비슷한 영상에 노출되고, 내 주변엔 모두 코로나 바이러스는 가짜라고 믿는 사람들 뿐이다. 그런데 아직도 코로나때문에 마스크를 써야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고? 완전 바보 아니야?
이렇게 사람들은 더 극단적으로 분열하게 된다.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대화할 가치도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전쟁이다. 말로 하다 안되면 주먹이 나가는 것처럼, 대화할 의지가 없는 두 집단이 결국 선택하게 되는 것은 무력이 아니겠는가.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몇 가지 다짐하게 된 것이 있다. 휴대폰 알림 끄기, 유튜브 로그아웃하고 보기, 구글 대신에 검색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써치엔진 qwant를 써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도 선택지는 두 가지뿐일 것이다. 아침에 휴대폰을 눈 뜨자마자 보는가, 화장실에서 보는가. 당장 페북이나 인스타를 지울 수도 없겠지만 그래도 알고 당하는 게 모르고 당하는 것보단 낫다고 위로해 본다. 지금의 위험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앞으로는 덜 해로운 IT 세상이 만들어져 갈 거라고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