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연 겸 집소개
이것이 최근 몇 주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서울 한 번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서울집 한 번 보러 갔다가 덜커덕 계약을 해버리고, 우리 부부는 집주인에게 두 달 뒤에 이사를 가겠다고 알렸다. 집주인은 부동산에 다시 전세를 내놓았고 우리는 집보러 올 것에 대비해서 청소를 해두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 이주일이 지나고, 이번주까지 삼주가 지났는데도 집을 보러 온 사람은 없었다.
계약은 안될 수도 있다 치고, 집을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니? 조급한 마음에 며칠전 아파트 1층에 있는 부동산에 가봤다. 부동산 중개업자가 한 일주일 전부터 이상하게 사람 발길이 뚝 끊겼다는 이야기를 해왔다. 우리 부부도 지난 한 달간 판교 인근의 전세 매물을 보고 다녔었는데, 간 곳마다 마음의 결정이 되었나며 자주 애타는 전화를 걸어왔다. 마음에 드는게 금방 나갈 수가 있다, 지금 하시는 게 좋다, 전전긍긍하시던 중개업자 분들의 모습이 이제 이해가 되었다. 생각보다 전세를 계약하려는 사람이 별로 없었구나.
우리 집은 이건물 전체에서도 보기 드문 거실 확장형 집이다. 우리 부부는 거실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기 때문에 거실이 넓은 것을 선호했는데, 우리처럼 거실이 넓은 집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계약을 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전세 구하는 사람이 적으며, 매일 확진자가 17만 명씩 나오고, 곧 대통령 선거가 있는 시국이라는 각종 특이사항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
집사진을 잘 찍어서 부동산에도 보내고, 회사 게시판에도 열심히 집홍보를 써서 올렸지만 아무도 집을 보러오지는 않았다. 이 상황에서 세입자가 해볼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계약만기 전에 나가는 상황이라 임대인보다 내가 급한 상황이고, 집구하는데 가장 중요한 변수인 가격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게 아니다. 내일은 여러 부동산에 더 적극적으로 내놓아보려고 오늘 우리집 설명서를 간단하게 적어서 출력했다. 할 수 있는게 많지 않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할 수 있는게 적어서 답답하다 보니 오늘은 우리 집에 대해 적어보고 싶어졌다. 여기 이사오기 전에 나는 송파 문정동에서 판교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위례가 근처에 있다보니 중간에서 차가 막히는 일이 잦았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을 줄여보고자 서판교를 알아보게 되었다. 판교 근처 경기도 권역의 많은 곳이 출퇴근 시간에 차가 막히는데, 서판교에서 판교 업무지구까지는 차가 막히지 않는다. 그점이 참 좋았다. 당시 막 지어져가고 있는 오피스텔이 있었는데,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가 있는 넉넉한 평형으로 된 곳이었다. 완공 전에 한 번 가보자 하고 기웃거렸는데, 마침 건물 근처에 계시던 분이 자기가 소개할 수 있는 물건을 몇 개 보여주겠다면서 집을 두 개 보여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웬 귀인이신가 싶다. 그래서 지금 사는 동에 올라가봤는데 뷰가 참 좋아서, 이 동에 살아야겠다고 결정했다.
당시 해외살이 로망이 있던 때라 세간을 많이 사고 싶지 않아서 여기로 온 것도 있었다. 많은 매물 중 냉장고 옵션이 있는 집을 찾아냈다. 에어컨, 냉장고, 인덕션, 오븐 다 있어서 이사올 때 세탁기만 샀다. 오피스텔이라서 베란다가 없지만 대신에 로비에 계절창고를 준다. 처음엔 여기에 뭘 넣지, 했는데 3년 넘게 살았더니 창고가 가득 찼다. 이래서 이사를 안다니면 짐이 계속 는다고 하나보다.
로비에 편의점, 헬스장, 스크린골프장, 키즈카페, 탁구장, 당구장, 미디어룸, 북카페, 코인세탁실 등 편의시설이 많다. 나는 헬스장이랑 GX룸, 탁구장만 이용해 봤는데 늘 사람이 별로 없어서 쾌적하다. 손님이 묵을 수 있는 게스트룸도 있다. 1박에 3만원 수준으로 저렴해서 언젠가 시부모님이 사용하면 좋겠다 싶었는데, 시부모님이 주무시고 가시는 일이 없어서 사용을 못 해봤다.
단점으로는 서판교의 메인상권에 가려면 차를 타야한다는 점이다. 서판교 스타벅스까지 걸으면 3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빡센 산책을 원하지 않는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 반대로 운중동 먹자골목은 걸어서 갈 수 있다. 혹시 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이 산다면 참 좋을만한 곳이긴 하다. 분당권 자전거인이라면 힐스테이트모비우스를 다 아는 것 같다. 자전거인들의 성지가 여기 근처다. 한 겨울에도 긴 행렬의 자전거인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진짜 집보러 오는 사람이 얼마나 없으면, 내가 여기다가...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는가... 자괴감이 온다. 누군가 우리 집을 보러 온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 말을 못해서 여기다 토해내고 있는 것 같다. 무튼 이글을 보는 누군가가 내가 살던 곳에 살고 싶을 수 있으니!
세입자인 저에게 직접 연락하시면 복비를 안내도 되는 장점이 있으니 댓글 주세요. 가격이 궁금하시면 '판교힐스테이트모비우스' 검색해서 전세 매물을 보시면 되고요, 제가 들어올 때도 임대인이 전세가 조금 조정해 주셨으니 조정의 여지는 있을 거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