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동

day-2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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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키워드 광고가 뭔지 몰랐다. 내가 갈 본부는 배너 광고, 키워드 광고, 그리고 커머스 사업을 하는 곳이라고 했다. 배너 광고는 뭔지 알겠고 쇼핑 서비스가 커머스인 것도 알겠는데, 키워드 광고는 뭐지? 뭔지 모르겠으니까 거기만 아니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길은 잘 모르는 곳으로 흘렀다. 역시 인생은 알 수 없는 것...


2

같은 팀 선배는 매일 한 시간을 정해놓고 나의 질문을 받아주었다. 어디서 힘들게 찾거나 검색해볼 필요 없이 궁금한 건 선배가 알려주었다. 일 년을 함께 보낸 과장님과 대리님은 까먹기를 반복하는 나를 잔소리 없이 받아주었다. 메모하는 습관만 있었어도 한 번이면 족할 질문을 대여섯 번은 하고야 마는 덜렁이였다. 모자란 사람을 키워내는데 더없이 좋은 팀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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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힘든 게 없지는 않았다. 회사의 성과는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우리 팀 매출도 계속 줄었다. 매출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회사의 전반적인 실적들이 대부분 하향세를 그렸다.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팽배했다. 일을 잘하던 것도 아니었지만 흥미를 더 많이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때쯤의 어느 날 출근길 지하철에서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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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정신을 잃던 순간은 또렷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왕십리역에 도착하기 직전 갑자기 심장이 멎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월요일 출근길에 죽다니. 이 나이에 죽다니.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문이 열렸다. 내가 서있던 칸은 환승통로와 가장 가까운 곳이어서 사람이 많았다. 인파에 몰려나오는데 의식이 가물해져 앞으로 쓰러졌다. 다행히 손으로 앞을 짚을 수 있었다. 내 뒤로는 환승하려는 사람이 더 쏟아져 나왔다. 나는 한강물을 두 갈래로 나누는 여의도처럼 거기에 있었다. 사람들이 지나가고 지하철 문이 닫혔다. 몸을 일으켰지만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조그맣게 구멍 낸 봉투를 뒤집어쓴 듯 시야의 아주 작은 점만 보이고 나머지는 어두컴컴했다. 익숙한 환승길이라 비틀거리며 화장실을 찾아갔다. 구토를 하고 나니 정신이 들었다. 그래서 출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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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몇 번이나 더 쓰러지고 나서야 공황장애인 것을 알았다. 세 가지 이유로 조직을 옮기고 싶다는 내 이야기에 본부장님은 코웃음을 쳤다. 두 번째 이유까지도 실소를 금치 못했는데 마지막으로 공황장애에 걸렸다고 하니 얼굴이 심각해졌다. 덕분에 나는 사람 안 보내기로 유명한 조직에서 나와 다른 본부로 이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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