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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e Jan 21. 2023

조직 이슈가 있나요? 정상입니다.

스타트업 일기 13편

인사 업무를 하다 보면 내 주변 사람들의 의견에 의지하게 되는 일이 생긴다. 어느 조직 임원이 바뀌었는데 거기 분위기가 어떻다더라, 인사 제도를 바꿨더니 사람들 반응이 이렇다, 이런 것들이다. 담당자들은 본인이 신뢰할 수 있거나, 조직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 혹은 다양한 직급과 직군으로부터 이런 의견들을 듣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봤자 스무 명을 넘기는 쉽지 않다. 회사는 수천 명인데, 내가 들은 이야기가 정말 조직을 대표하는 의견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전사 설문조사를 만들었다. 우리 몸은 하나인데 몸에 좋은 음식과 생활습관은 수백 수천 가지듯이, 조직도 그랬다. 이것도 잘 되어야 하고 저것도 잘되어야 하고, 물어서 확인하고 싶은 것이 처음에는 너무 많았다. 그걸 5년을 하면서 반드시 필요한 문항들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그 설문 결과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도 전혀 다른 도구가 된다는 것도 알았다.


결과를 잘 사용하고 싶어서 퍼실리테이션과 코칭을 배웠다. 그러다 보니 결국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나서도 조직 컨설팅이나 팀빌딩 세미나를 하는 일을 부수적으로 함께 하게 되었다. 스타트업에서 조직 측정 업무를 해보니 대기업과는 또 다른 현상들이 관찰되어 미션이 어렵기도, 동시에 흥미롭기도 하다. 스타트업 조직들을 관찰하면서 지금까지 느낀 것 몇 가지를 적어 본다.


1. 스타트업에는 합의된 조직 가치가 적다.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조직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과제만으로도 일이 넘치기 때문에 조직 가치를 정립하거나 선언하는 일은 뒷전이 된다. 필요한 걸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여력이 없어서 하기 어렵다. 보통 근로계약 등 내부 운영을 초기에는 대표가 챙기는데, 대표는 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다. 담당자가 들어오더라도 경력이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가치 정립을 하기보다는 주요 구성원들의 상식에 맞추어 운영된다. 이로 인해 상식이 충돌하거나, 일하는 방식이 명시적이지 않아 알기 어려운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2. 조직은 탈피하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조직은 매일 조금씩 자란다기보다는, 갑각류가 한 번씩 껍질을 벗고 나오듯이 계단식으로 성장한다. 이런 현상은 스타트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과도 밀접한 상관이 있어 보인다. 회사는 보통 1~2년 단위로 자금을 조달하게 되는데 자금을 조달할 때마다 회사의 밸류가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회사의 가치 자체도 계단식으로 조정되고, 그에 따라 기대되는 성과와 그 성과를 달성하가 위한 조직의 크기도 같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조직이슈도 한 번씩 크게 생겨난다. 이전 단계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한 계단 올라가 보니 준비가 안되어 있는 것들이 터져 나오게 되는 것이다. 슬프게도 조직은 계단식으로 성장하지만 사람은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 당연히 계단을 오를 때 이슈가 생긴다. 스타트업이 어떤 조직문제를 겪고 있다면 성장하는 중이라는 뜻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의미기도 하다.


3.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큰 성장이다.

연결되는 이야기다. 스타트업에 조직이슈는 자연스러운 거라서 대단한 위기라고 할 것은 아니다. 다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면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단계에서 이슈가 발생했다면 그것을 해결하거나, 반복되지 않게끔 조치를 해야 한다. 스타트업에 처음으로 조직 체계가 생겨났다면 리더십을 정의하면 되고, 더 커져서 다양한 계급의 리더들이 생겨난다면 중간리더십이 해야 하는 역할을 분명하게 하면 된다. 일하는 방식에서의 충돌도 그때그때 해결해 나가면 된다. 인사도 이슈가 적히고, 해결방안이 적히고, 그것의 실행 방식이 기록되고, 하는 것을 꾸준하게 쌓아가는 일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어떻게 해결하는가' 이 과정이 기업의 문화고,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하기로 했다'가 회사의 일하는 방식이다.


이런 일들을 할 때 기준이 되는 것이 조직 측정이다. IT회사에는 논리적 정합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구성원이 많다. 그들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설명되는 것'이 중요하다. 재택근무가 전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지만 다시 출근하기 시작하는 데는 '왜 그래야 하는지' 설명하는 것이 중요해진 이유다. 조직 상황에 대해 합의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어 모든 구성원이 함께 보는 것은 '왜'를 설명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토대다. 내가 생각할 때 우리 조직은 이래,라는 가설이 다르면 합의점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들이 자기 조직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묻고, 또 그 결과를 통해 구성원과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초기 기업문화에서 측정기반의 소통문화를 만든다면 회사가 더 커지면서도 그런 문화를 유지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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