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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ie Jan 29. 2023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

스타트업일기 14편 : 좋은 리더란?

내가 리더 인터뷰를 할 때 꼭 하는 질문이 몇 가지가 있다. 그중에 하나는 이것이다.

"내가 만난 리더 중 가장 훌륭한 리더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이 질문에 대답을 하려면 지금까지 만났던 리더 중에 훌륭한 리더를 한 명 떠올려야 한다. 그런 사람을 떠올리는 것부터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많다. 그럴 때마다 배우고 싶은 리더를 많이 만나지 못한 것이 더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리더십에 대해 오래 고민한 이들은 좋은 리더란 하늘이 내리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 그만큼 좋은 리더가 되는 일은 어렵다. 의사결정의 철학은 일관되면서도, 판단은 상황에 따라 유연해야 한다거나, 팀원에게 마이크로 매니징하지 말라면서도 개개인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관찰해서 헤아려야 한다거나, 좋은 리더가 되는 가이드에는 잠깐 봐도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들이 주르륵 적혀있다.


다양한 리더를 만나 오면서 나는 좋은 리더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정립하게 되었다. 그래서 좋은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 하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한다. 좋은 리더가 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좋은 리더다. 


보통 회사에서 리더는 업무 역량을 검증받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업무 역량과 리더십 역량은 영역이 다르다. 최고의 운동선수가 최고의 감독이 되라는 법이 없듯이, 업무 역량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리더가 되면 새로 배워야 한다. 리더십은 개인의 성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리더십 스킬을 배우게 되더라도 실제로 행동해 보고 자기화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또 팀원들과의 케미도 무시할 수 없다. 안 맞는 사람들은 극렬하게 안 맞을 수 있고, 반대로 보완적인 팀원을 만나면 부족한 리더십이 메워지기도 한다. 상황이 늘 변하기 때문에 리더십에 완성은 없다. 계속해서 새로운 챌린지를 맞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면서 리더십이 발전하고 인간적으로도 성숙해 나가게 된다. 


내가 만난 좋은 리더들은 어떻게 하면 조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항상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구성원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 조직 내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자원의 불균형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해소할지 항상 고민하고 있었다. 어려운 고민을 너무 오래 들고 있으면 번아웃이 온다. 그런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 많은 미션을 소화하려고 하다가 과부하가 오는 케이스다. 조직에 가장 비극적인 케이스기도 하다. 좋은 리더가 번아웃으로 멈춰 서거나, 조직에서 이탈하게 되는 경우.


반대로 좋은 리더였더라도 자신의 리더십 역량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떻게 변하는지도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조직을 관찰하는 눈과 듣는 귀를 잃어버린다. 평가하는 눈과 지시하는 입만 남은 리더를 구성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좋은 리더를 만나면 지치지 않도록 자기 자신을 돌보라는 이야기를 한다. 자신도 조직의 일부로 보고 자꾸 관찰하시고 조절하셔야 한다고. 또 과도한 책임감으로 너무 혼자 짊어지지 않고 주변의 동료들과 함께 짊어질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시라고 조언한다. 


지금 나의 리더가 좋은 리더라고 생각한다면, 그 리더가 지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좋다. 팀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더라도 좋은 리더들은 작은 제스처에도 큰 힘을 얻는다. 더 좋은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 고심이 많은 리더라면 고민이 과도하지 않은지, 이 목표를 함께 도모해 줄 동료가 없는지 주변을 살펴보시기 바란다. 내 리더십이 이미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팀원들을 향한 호기심 있는 눈과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귀가 남아있는지 다시 살펴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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