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 트렌드가 한국에도 오겠지
지금은 소위 스타트업 혹한기라고 불린다. 국내에서도 작년 하반기부터 많은 회사들이 신규 인력 확보를 멈추고 기존 인력을 감원하고 비용 절감에 힘쓰는 분위기다. 하지만 불황이 있으면 언젠가 호황도 온다. 이 혹한기는 언제 끝나는 것일까? 궁금하던 차에 Carta에서 데이터 리포트를 보내주었다.
2023년 1분기 투자는 지난해의 절반정도 수준으로, 2017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차트를 보면 알 수 있듯이 2022년에는 조달한 자본이 분기마다 떨어졌고, 올해 1분기에는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22년 동일 분기 대비 45% 감소했다고 하니 거의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카르타에 기록된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에 906건의 벤처 캐피탈 투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카르타에서 21분기 연속 1,000건 이상의 거래 건수를 기록해왔다고 하는데 이 기록행진이 끝나버린 것이다. 건수로 2022년 4분기 대비 35% 감소한 수치로, 2016년 이후 분기 대비 가장 큰 감소폭이라고 한다. 최근 불어닥친 혹한기가 다양한 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2023년 1분기에 진행된 벤처 라운드 5건 중 1건은 이전 라운드보다 낮은 밸류에이션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1년 전보다 3.6배 높은 수치이며, 지난 5년 중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멀쩡한 상장 기업의 시총도 큰 규모로 줄어드는 판이니 스타트업 기업가치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기업 밸류에이션 자체가 떨어지는 상황이니 당연히 다운라운드 빈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지난 일년 동안 모든 단계에서 밸류에이션의 중간값이 하락했는데 스타트업 라이프사이클의 후반으로 갈수록 그 하락폭이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예외적으로 시리즈 B 단계의 기업가치는 1년 전보다 44.22% 하락했는데, 이는 시리즈 C 단계의 30.25% 하락폭보다 훨씬 크다. 시리즈 B 단계에 특히 이 혹한기가 더 가혹했음을 미뤄 짐작해보게 된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23 1분기 들어 그래프의 끝이 소폭 상승하는 트렌드를 볼 수 있는데 카르타는 조심스럽게 스타트업 혹한기가 끝나가는 징후가 아닌가 예측했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아래 차트를 보면 2023년 1분기에 시리즈 A의 42%, 시리즈 B의 40%가 브릿지 라운드인 것을 알 수 있다. 시리즈 B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두 배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듯이 많은 회사들이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지 못하고 브릿지 투자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A를 통해 인수된 스타트업 수는 1분기에 20% 증가했다. 2021년 2분기 이후 전분기 대비 가장 큰 증가폭이라고 하는데 메가딜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거래의 57%가 1,000만 달러 이하라고 하는데 작은 회사들이 버티지 못하고 낮은 값에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카르타에서도 소규모 스타트업이 자금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다가 인수합병을 선택한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시기 이므로 스톡옵션 행사율은 역대급으로 낮아졌다. 대신에 많은 회사들이 옵션 부여 가격을 조정한 것을 볼 수 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옵션 부여 시 시장가를 책정하는 프로세스를 거치기 때문에 시장가가 떨어졌을 때 옵션가격을 조정한 것이다.
해고도 지난 1월 피크를 찍고 크게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3월에는 해고보다 자발적 퇴사가 더 많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이것도 봄이 오는 징조라고 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여전히 지난 2020-2021년에 비하면 높은 수치기 때문에 안심은 시기상조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