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리뷰
메타에서 새로운 소셜 미디어를 출시했다, 이름은 스레드. 트위터의 대체품이라고 소문은 나있는데 써보니까 인스타그램에 트위터 고물을 좀 묻힌 것 같은 느낌이다. 아무래도 인스타그램의 프로필과 인맥을 그대로 이사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용자 입장에서 인스타그램 향이 많이 난다고 느껴진다. 알림의 빨간딱지는 실시간으로 계속 숫자를 불리고 있는데, 나의 인스타그램 친구들이 가입하면서 팔로우 요청을 보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 친구들이 이사하는 동안에는 계속 붙어있을 것 같다. 이틀 써보면서 느낀 점을 적어본다.
처음 계정을 만들 때부터 모든 사람에게 인스타와 공개범위를 다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계정의 공개 비공개 선택은 향후에도 자유롭게 켜고 끌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 게시물을 작성한 뒤에 게시물에 답글을 남길 수 있는 사람의 범위도 별도로 설정을 할 수 있다. 사진은 비공개 계정일 때의 선택지인데, 게시물마다 다르게 설정할 수 있다. 작은 범위 안에서만 소통하고 싶다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점이 좋았다.
이 부분이 불편한 점인데 내가 팔로우하지 않은 사람들의 게시물도 상당히 많이 나온다. 내가 팔로우한 사람이 좋아요나 댓글을 달아서 내 피드로 날아온 것도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전혀 무관해 보이는 게시물도 꽤 나온다. 그렇게 노출된 계정들 중에서 익명의 여자사진을 도용해서 많든 것 같은 계정도 눈에 띄었다. 피싱은 이렇게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것인가... 또 발 빠르게 회사 계정을 만들어 홍보를 하시는 경우도 눈에 띄고 본인을 홍보하는 인플루언서 소개글도 보였다.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응원할만한 일이지만, 내가 원치 않는 피드가 너무 많이 보이는 점은 역시 불편한 요소였다.
대신에 내가 팔로우한 친구들의 아무 말 대잔치를 보는 일은 역시 즐겁다. 보통 사진이 없는 아무 말 넋두리로 올라오는 콘텐츠가 더 재밌는 것 같다. 나는 특별히 깊은 취향이나 취미가 없어서 그동안 트위터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스레드는 그런 점에서 재미를 준다. 페이스북에는 장문을 쓰는 사람들만 남았다면 스레드는 아무 단문을 쓰는 친구들이 등장해서 반갑다.
몇 달 전 트위터의 대항마로 출시된 블루스카이에 이어서 스레드도 탈중앙화를 선택했다. 사실 이번에 스레드 가입해서 하루 써보는 동안에 탈중앙화 형태인지 모르고 썼다. 저녁에 토드가 탈중앙화 그런 건 아니에요? 하고 물어봤는데 심지어 아니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 찾아보니 마스토돈에서 스레드의 탈중앙화와 관련된 의견을 내놓기도 했더라. 내용은 문과생이 이해하기에 약간 어렵지만 한글로 번역된 것을 올려놓아 본다.
https://news.hada.io/topic?id=9651&utm_source=slack&utm_medium=bot&utm_campaign=T02BFNTJXUH
블루스카이의 경우에는 탈중앙화 느낌이 많이 났던 것 같다. 도메인이 아이디랑 같이 노출되고 해서 내가 올리는 콘텐츠를 저장하는 서버를 어디로 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느낌이 많이 났는데, 스레드의 경우에는 그런 느낌이 거의 들지 않았다. 마스토돈이 정리한 내용을 읽어보니 탈중앙화를 선택하면 광고 노출 같은 것이 용이하지 않다고 하는데, 앞으로 이런 선택들이 가져올 효과가 무엇일지 궁금하다. 아직은 더 써봐야 알 수 있겠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도 기술 세계에 대한 이해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점을 느꼈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사용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Threads의 사례로 서비스 간 정보 이전에 대한 규제가 국제적으로 다르다는 것도 알게 됐다. 현재 스레드는 EU에서 서비스하지 못하고 있는데 인스타그램의 정보를 그대로 이전하는 것 때문이라고 한다. 회사에서 새 서비스를 출시하는데 회사 내 사용자 정보 이관하는 것이 뭐 어떤가, 싶다가도 이것이 유럽이 갖고 있는 정서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전 세계 독과점인 인스타그램이 사용자를 그대로 이관하는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것이 정말 공정하냐 하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런 서비스를 내면서 몇 시간 만에 10 밀리언을 돌파했다고 초단시간 회원수가 폭증하는 것을 스레드에 적어 올리는 메타 대표의 행동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새로운 소셜 미디어가 나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사람들이 뭘로 창업하는지 물어볼 때 소셜 미디어를 만든다고 하면 꽤 놀라워하던 것이 기억이 난다. 다양한 소셜 미디어가 만들어져서 사용자들에게도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