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cie Aug 02. 2023

사라진 조직건강성 측정

조직 건강성 측정 이야기(5)

구글가이스트가 1년반째 행방불명이다

구글가이스트는 구글에서 매년 실행하는 구성원 서베이다. 구글 직원들이 만들었고, 대부분의 구성원이 설문에 참여하는 구글의 문화적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 구글가이스트가 1년 7개월째 실행되지 않고 있다. 구글은 올해 초 전 세계적으로 구조조정을 실행했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해고된 구글 직원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게시물을 링크드인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몇 달 전 구글 CEO가 작년 한 해 한화 3천억 원이 넘는 보상을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수많은 직원이 강제해고를 당한 상황에서 CEO가 많은 보너스를 받았다?! 도저히 구글가이스트를 실행할 수가 없는 상황이겠구나, 싶었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글로벌 대기업인 구글코리아, 메타코리아,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AWS코리아 등 큰 규모의 회사들도 인력감원을 했다. 카카오 계열 회사들도 희망퇴직을 받았고 네이버도 수익성 없는 사업들을 정리했다. 작은 회사들은 사정이 더 나빴다. 프레시코드가 파산선고를 받았고 사업을 접은 곳들도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더 좋은 회사? 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환경? 그런 걸 따질 경황이 없어졌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올여름부터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회사도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다. 많은 회사들이 일단 직원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IT위키 재택근무 가능한 회사)


이 상황에서 잃는 것은 무엇인가?

생존 앞에서 경영진은 불법만 아니라면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다. 복지를 줄일 수도 있고, 근무지를 한정할 수도 있다. 이런 구성원 편의가 줄어드는 결정을 할 때는 내부에 입장차가 큰 집단이 생긴다. 조직이 건강하다면 반발이 있더라도 공개적으로 나온다. 누구와 누가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명확하고 서로의 입장 차이가 무엇인지 다른 구성원도 알 수 있게 된다. 조직이 건강하지 않을수록 반대 의견이 비공개적으로 돌아다닌다. 경영진이 뭐라고 했는지도 소문으로 돌아다니고 반대하는 구성원도 정확히 누군지 알 수 없게 된다. 경영진은 구성원을 공동체에 관심 없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여기고 구성원도 경영진을 자신의 자리 보존에만 관심 있는 사람으로 여긴다. 상황이 이쯤 되면 한쪽의 거대한 희생 없이는 선순환적인 소통 구조로 돌아갈 수가 없다. 


구글가이스트가 없어졌다는 것은 소통이 없어졌다는 것

조직 건강성을 측정하는 도구는 소통을 위해서 만든 것이다. 구글가이스트 측정 결과는 미국 언론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그만큼 내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잘 대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측정을 회피한다는 것은 예측되는 결과가 두려워서 소통을 피한 것이다. 소통은 개발 부채와도 비슷하다. 피한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언젠가는 청산해야 하는 과제로 남는다. 


최근에 우리 회사 서비스 개발 속도가 느려져서 구성원들이 업보를 청산하면서 가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개발 부채 해결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더 필요한지 물어봤는데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따로 시간 잡아서 하려고 하면 절대 못해요. 그냥 계속 고치면서 개발하는 수밖에 없어요."

내부 소통하고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날 잡아서 해야지, 나중으로 미루는 대신 더 제대로 해야지... 모두 소통 부채를 키우는 사고방식이다. 지금 이야기하면 더 문제를 키울 것 같으니 잠잠해지면 이야기하는 게 낫겠다, 이런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는 걸 우리는 교과서에서 배웠다. 내가 경영진인데 누군가 나에게 커뮤니케이션을 나중으로 미루라는 방식의 조언을 한다면 전략가의 탈을 쓴 회피자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소통 부채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집단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만든다. 조금만 건드려도 끓어오를 것처럼 예민하게 만들기도 한다. 전에 회사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두고 차일피일 발표 시기를 미룬 적이 있었다. 그때 지인이 나에게 그냥 차라리 아무 쪽이라도 결정해서 말해주면 좋겠는데, 말을 안 해주니까 그게 더 미칠 지경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뭔가 결정의 시한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지는데, 아무도 아무 말도 해주지 않아서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이번 구글가이스트의 실종은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까 궁금하다. 정식 소통 창구가 사라진 조직은 결국 어떻게 반응하게 될까. 경영진은 언제까지 대화를 미룰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뢰할 수 있는 소셜 미디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