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0
신체를 극한으로 단련해서 그것을 보여주는 일. 그게 서커스인 것 같다. 마카오에서 가장 유명한 쇼를 봤다. 물에 뛰어들고 점프하고 매달리고 나중엔 바이크쇼까지 선보였다. 바이크쇼를 하는 사람들은 멋진 포즈를 위해서 바퀴가 지면에 닿기 직전까지 손을 놓고 있거나 발을 공중이 띄운 채였다. 1초만 늦어도 사람몸이 바이크에서 아무렇게나 떨어져 구를 것같은 아찔함에 몸을 떨었다. 중간에는 통아저씨같은 분이 나오셨다. 키는 통아저씨의 두배정도 돼 보였다. 그분은 팔이나 다리가 꺾여서는 안될 방향으로 마구 꺾었다. 보는 사람이 아플 지경이었다. 나는 조용히 외쳤다. 안돼 그 방향으로 꺾지마. 그만해.
영재발굴단이 방송꺼리가 되는 것처럼, 극대화된 신체능력은 콘텐츠가 된다. 몇 십 미터 높이에서 조그만 극장의 풀장으로 다이빙하는 배우는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눕듯이 떨어져 내렸다. 저런 단련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은 열렬한 박수를 쳤다. 극장을 나오면서 은근히 다친 사람들이 많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은 이미 마지막쯤 인간 탑을 쌓던 배우가 한쪽팔을 못쓰는 걸 봤다고 했다. 한팔로 버텼다는 것이다. 관광객의 즐거움을 위해서 누군가 다칠 수 있는 일을 무릅쓴다고 생각하니 약간 마음이 좋지 않았다.
오늘은 고대하던 호텔 수영장을 갔었다. 슬프게도 풀장의 일부가 태풍으로 부서져 문을 닫았다. 호텔 앞의 야자수들도 머리채가 다 뜯겼다. 민머리로 있는 야자수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뿌리채 뽑힌 큰 나무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호텔 텔레비전을 켜면 미국엔 태풍 어마가 왔다고 난리였다. 태풍이 지나고 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태풍의 무력화는 핵무기 만드는 것보다 어려운 것일까, 그런 생각을 잠깐 해봤다.
9월의 미카오는 여전히 사우나 같은 곳이다. 덕분에 여름에 한국에서도 이렇게 더운 적이 없었는데, 마음껏 더운 중이다. 십분만 걸어도 땀범벅이 되는 날씨덕분에 힘들긴 하지만 개운하다. 십미터 접영을 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즐거운 기분을 느꼈다. 머리쓰는 만큼 몸도 좀 더 써야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