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일기 3

day-21

by Lucie

오늘은 베네시안 호텔에 갔다. 꽃보다 남자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곳이다. 그 드라마가 언제적 드라마인데 기억이 아직도 또렸했다. 남편에게 F4가 누구고 러브라인이 어떤지까지 설명해줄 수 있었다. 쇼핑하는 내내 드라마 주제곡을 흥얼거렸다.

여행책자를 보면 마카오를 쇼핑의 천국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프라다, 불가리, 오메가 이런 브랜드가 판치는 곳인데 여기가 어째서 쇼핑의 천국일까. 쇼핑할 수 없는 물건들의 천국이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그래도 베네시안 호텔에는 대중적인 브랜드 샵들이 많은 편이라서 구경도 하고 에그타르트도 먹었다.

마카오의 에그타르트는 투톱이 있다. 하나는 로드 스토즈라는 어떤 아저씨가 만든 체인점이다. 하나는 체인이 아닌 카페였는데 여행책자에 보니 로드 스토즈만든 아저씨의 전부인이 만들어 2대째 운영 중이라고 한다. 에그타르트가 다 거기서 거기일 줄 알았는데 마카오에서 먹은 두 곳다 만족스러운 맛이었다. 한국보다 훨씬 계란의 맛이 풍부하게 난다. 포르투갈에 가서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카오의 명물인 세나도 광장에 가면 정면에 흰 건물이 보인다. 이곳은 과거에 총독부였다고 한다. 한국사람 입장에서 총독부라는 말은 어쩐지 악한 어감이다. 조선총독부말고 다른 총독부가 어땠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마카오를 어떻게 운영했을까, 문득 궁금했다. 사람들로 바글거리는 광장과 값비싼 포르투갈식 퓨전식당을 보면서, 그래도 포르투갈이 먹고 사는데 도움은 됐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점의 벽들을 메우고 있는 모델 사진을 보면서 호텔방으로 돌아왔다. 프라다 모델의 멍한 표정을 보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프라다 모델이면 모델계에서 유명한 사람일지도 모르는데, 우리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네요. 어떤 한 분야에서 성공한다고 해도 다른 분야의 사람들은 아마 전혀 모를 거고. 그래서 성공하는 것보다도 자기 만족이 더 중요한 거 같아요. 남편은 제임스 고슬린이 자바를 만든 사람이라고, 근데 아는 사람만 알고 전혀 모를걸요, 하고 보태주었다. 덧붙여 세계 3대 베이시스트 중에 한 명이 클럽에 공연보러 갔다가 공연하는 밴드한테 맞아 죽었다는 이야기도 해주었다. 웃픈 이야기였다.

그래서 카지노 왕이라는 사람은 마카오에서 제일 크고 요란하게 빛나는 건물을 지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누군지 알라고. 내가 이만큼 부자고 카지노 왕이야. 요란한 마카오의 불빛 속에서 인간생활의 치열함을 엿볼 수 있었다. 과도한 네온사인과 카지노, 금붙이와 보석이 즐비한 섬이다. 이 많은 슬롯머신과 금덩이를 이 조그만 섬에서 어떻게 다 소화해 내는 걸까. 사뭇 궁금함도 더해지는 여행 마지막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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