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절이기

day-25

by Lucie

1

나는 10시에 출근한다. 팀원들도 대충 그 언저리에 출근한다. 늘 10시 반쯤 출근하던 팀원도 있었다. 자기가 할 일을 잘하는 게 중요하지 출근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정이 있다면 늦을 수도 있는 것이다. 늦었다고 뛰다 넘어지거나 다치면 회사도 손해다. 5분 늦는다고 출근시간 30분 내내 마음 졸이는 것도 불필요한 비용 지불이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자기 페이스대로 출근하면 그만이다.


2

어떤 회사는 카페에 20분 넘게 있으면 안 된다고 한다. 1층 카페에 가려면 사원증을 찍고 나가야 하는데, 나간 시간과 돌아온 시간 사이가 20분이 넘으면 자동으로 메일이 온다고 한다. 왜 20분 넘게 있었는지 사유서를 써서 내야 한단다. 이게 무슨 소린가... 작년 현대차 기사가 떠올랐다. 12시 이전에 점심 먹으러 나가면 안 되고 1시 이전에 들어와야 한다던 기사였다. 사람들이 12시에 회사 게이트 앞에서 줄 서서 나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기사에 실린 사진을 보는데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이 정도면 갇힌 거 아닌가.

스크린샷 2017-09-16 오후 10.03.56.png


3

간혹 회사에서 정말 일하기 싫은 때가 있었다. 그럴 때 시간을 저당 잡혔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실제로 일을 하고 있지도 않은데, 그 자리에서 떠날 수는 없고. 시간이 아까웠다. 일에 집중하지 못할 때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아무렇게나 써버리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 더구나 나가고 쉬는 시간을 정밀하게 계산해서 나에게 압박을 준다면... 여러가지로 힘들 듯하다.


4

같은 자리에서 누군가는 반대의 상황도 있다며 이야기했다. sk 회사 중에서는 1시 이전에 회사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 충분히 쉬라는 취지이다. 그런데 그럼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1시 이전에 회사로 못 들어간다는 건가. 이것도 새로운 방식의 괴롭힘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5

계속 그런 곳에 있었다면 나도 아마 그냥 적응했겠지. 같은 사람도 어떤 방식의 환경을 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도 그랬으니까. 관리로 사람을 절이면 피클이 된다. 나도 어느 정도 염장된 상태이겠지만, 그래도 파삭 절여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회사를 나올 텐데 너무 시고 쭈글쭈글하면 곤란하니까. 굽어진 허리를 잘 펴보는 주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다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