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26
1
책이 새롭게 다시 출간되었다. 제목과 표지가 바뀐 책이 교보에 나왔다고 해서 서점에 가봤다. <당신의 말>이라는 제목은 <말을 잘하고 싶습니다>로 바뀌었다. 연녹색의 표지는 노랑으로 바뀌었다. 왜 책이 다시 나왔는지 사정은 자세히 알 수 없다. 아는 것은 최근 언어의 온도라는 책이 히트를 쳤다는 것. 그래서 비슷한 카테고리의 우리 책을 다시 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2
어느 날 선배의 결혼식에서 만난 친구가 책을 써보자고 했다. 친구는 시인이었다. 야, 시인은 책 쓸 수 있지. 난 못 써. 내가 쓴 글을 어디서 책으로 내주겠어.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친구 여덟 명을 모이게 했고, 우리는 한 달에 한 챕터씩 썼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나니까 책 한 권의 원고가 나왔다. 물론 실제로 출판이 되는 데는 일 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리기는 했지만. 그렇게 우리는 책을 낼 수 있었다.
3
자기계발서라고 하면 소름 돋아하는 내가 자기계발서를 쓰게 된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이었다. 지금도 이 책을 읽고 무슨 도움이 되기는 되는 걸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그런 의심에도 불구하고 책은 2쇄가 다 팔려 3쇄도 찍었다. 실적이 괜찮은 책이었다. 우리는 프로가 아니었기 때문에 거기에 있어 보이는 이야기를 적을 수 없었다. 다들 적은 분량이지만 열심히 썼다. 그런 진심이 묻어 있어서 종종 팔리기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4
우리 여덟은 토론동아리에서 만나 알게 된 사이다. 나는 대학시절 여러 토론대회에서 우승했다. 우승을 했던 대회는 모두 김시인과 팀으로 출전했다. 김시인은 다른 파트너와 참가한 대회에서도 여러 번 우승을 했기 때문에, 나는 친구 덕에 우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덕분에 나는 우승 상금도 받고, 여러 수상경력을 얻었고 책도 썼다. 모든 것의 시작이 된 토론동아리에도 고마움을 갖고 있다.
5
오늘 김시인에게서 카톡이 왔다. 부탁이 있다고 했다. 동아리 홈커밍데이를 연 1회의 동문회로 전환하는데 기념으로 졸업생이 참여하는 토론배틀을 한다는 것이다. 거기에 참여해줄 수 있겠냐는 부탁이었다. 못해서 부끄러운 거 말고 잃을 게 없다는 생각에 흔쾌히 해주마 했다. 저녁에는 논제가 카톡으로 왔다. 입론과 교차조사 제한시간도 깨알같이 보내왔다. 10년 만에 보는 내용이라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데 한 편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재학생과 한 팀으로 토론을 하면 된다고 했다. 서른한 살에 재학생이랑 팀플을 하다니, 새로 태어나는 느낌이다. 과연 나는 그 아이에게 꼰대가 되지 않을 수 있을까.
6
루틴한 일상이라 조금만 새로운 일을 하나 벌어도 엄청 신선해지는 느낌이 난다. 논제가 '대한민국 핵무장해야 한다'라고 한다. 나에게는 무척 뜬금없는 문장으로 느껴졌는데 요즘 많이 쓰는 논제라고 한다. 1학기 세션 때도 동아리 학생들끼리 했던 주제란다. 요즘 대학생들은 이런 걸로 토론하는구나... 마치 십 대들이 쓰는 신조어를 배우는 기분이다.
7
<말을 잘하고 싶습니다>는 말하기 상황별 노하우를 공유하는 책이다. 그중에 나는 토론하기를 맡아서 썼다. 쓰면서도 토론한 지가 너무 오래전이라서 지금도 이게 유효할까, 하는 생각을 간혹 했었다. 이제 다시 검증해볼 수 있겠다. 해보고 망하면... 다음 인쇄 버전에는 원고를 좀 수정해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