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는 감옥

day-27

by Luc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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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날 밤에는 정말 토할 것 같은 괴로움이 있었다. 왜 사람들은 앞과 뒤에서 다른 말을 할까. 선언된 가치대로 행동했는데 나는 왜 욕을 먹어야 하나. 욕을 먹는 건 둘째치고 왜 그 행동에 대해 공식적으로 제약받아야 하는가. 잘못한 사람이 내가 아닌데 소수라서 핍박받는 것이 억울했다.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 화가 났음을 페북에다라도 끄적이려고 했지만 결국은 내 팀과 내 동료의 이야기여서 열린 곳에 올리기도 어려웠다. 이렇게 나는 화가 나고 억울해서 속이 터질 것 같은데 나에게 그런 말을 한 사람들은 발 뻗고 잘 자겠지. 그 생각을 하면 더 억울해지던 밤, 그게 벌써 삼 년은 더 된 이야기다.


2

당시 리더는 나에게 그런 말을 했었다.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다.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성공한다. 하지만 나는 후퇴하고 후퇴하고 또 후퇴했다. 도대체 어떤 때에 전진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면 전진할 수 있다는 희망이 없었다. 한 발짝 떼는 것도 어려워서 물러나야 하는데 그 상황에서 어떻게 두 발짝을 더 간단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보 전진하겠다는 리더는 나에게 자신이 없는 조직에서도 멋지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기고 다른 조직으로 옮겼다.


3

간혹 사람에게 치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유머는 여성비하 발언이었고, 어떤 인사말은 나에게 원하지 않는 미래를 강요했다. 그럴 때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혼자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나를 잘 안다. 나는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에게 치유받는다. 어쨌거나 내가 살아가야 하는 환경은 사람들 속이었다.


4

돌이켜보면 나도 만만치 않게 상처 주는 사람이다. 나와 친한 친구들도 나를 버거워할 때가 있다. 여덟 명이서 책을 쓸 때도 마감에 늦은 친구들이 있었다. 우리는 처음에 마감에 늦으면 함께 책을 못 쓸 수도 있으니, 마감을 꼭 지키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약속을 어긴 건 그들이니까, 나는 그들을 빼고 책을 내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이 마감에 늦는 친구들을 도와서 원고를 완성했다. 약속과 실행이라는 면에서는 나는 틀림이 없었지만 관계면에서는 틀렸다. 함께 쓴 책은 모두 함께라서 의미가 있었다.


5

대학 시절 동아리 친구 중에서는 나를 피해 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걸 떠올려 보니 나도 어떤 사람에게는 참 감옥 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아리에서 여러 여자에게 사귀려고 접근하는 건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는 건데. 그가 나에게 그런 것도 아닌데, 내 성격도 어지간히 꼬장꼬장하다. 나는 어떤 사람을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가뒀는지 돌이켜 본다.


6

오늘도 미묘하게 보이지 않는 감옥에 갇히는 기분이다. 그냥 그렇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어떤 사람은 공개된 자리라면 절대 할 수 없는 말을 몇 명만 있는 회의에서 한다. 앞뒤가 다르다는 것은 저런 것을 보고 하는 말이구나. 또다시 사람으로 만들어진 감옥에 수감되었다. 하지만 감옥 문 열고 들어간 것이 나라는 사실을 다시 떠올려 본다. 그리고 열고 나오더라도 그런 감옥은 어디에나 있다. 나는 여기서 사는 법을 더 익혀야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조금 더 나은 감옥 생활은 없는 걸까. 창살 사이로 들어오는 얇은 햇살을 쬐며, 얼룩덜룩하지 않은 햇살을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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