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아도 바쁨

day-41

by Lucie

1

명절을 앞두고 이케아도 코스트코도 모두 난리다. 어제 이케아 앞에서도 한 시간 줄을 서서 주차를 했는데 오늘 코스트코도 마찬가지였다. 평소보다 사람이 많으면 여러 가지가 불편해진다. 책상을 사러 이케아를 갔는데 검은 상판에 흰 다리를 붙여야만 했다. 검은색 다리는 품절이라서 명절이 끝나야 재입고가 된다고 했다. 코스트코는 초밥과 회가 모두 동이 나 사람들이 매대 앞에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회든 초밥이든 내놓는 순간 동이 났다. 계산 줄도 기다랗게 늘어졌다.


2

그렇게 뭔가를 사다 둔 덕에 집에서 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 어제 사온 책상을 넣기 위해서 창고방을 치웠다. 창고방에 쌓인 악기와 음향기기, 캐리어와 잡동사니들을 모두 빼냈다. 그리고 책상을 놓을 공간을 위해서 가구를 옮겼다. 창가쪽에 책상을 놓으려고 계획했는데 그 자리에 2미터짜리 책상이 아슬아슬하게 들어가지 않았다. 정말 일 센티만 공간이 더 있어도 딱 맞게 놓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쉬운 마음에 애꿎은 벽을 밀어보았다. 무쓸모인 것을 알면서도. 그래서 다른 배치로 책상을 놓기로 했다. 옮겨놓은 책꽂이를 다시 옮기기 위해서 또 책을 뺐다 꽂아야 했다. 그렇게 시행착오 끝에 방배치를 끝냈다.


3

서랍과 스툴까지 모두 조립한 뒤에 방을 나오니 꺼낸 짐들이 남편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납공간이 있는 장들을 다 열고 넣을 수 있는 것은 여기저기 채워 넣었다. 문제는 기타나 베이스 같은 키 큰 짐들이었다. 잘 있던 거실 스탠드를 빼고 틈바구니에 겨우겨우 넣었다. 그런데도 결국 기타 스탠드와 스피커 스탠드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거실에 누워있다. 남편은 중고로 팔겠다고 하는데 그다지 팔릴 것 같지는 않다. 남편은 최근의 중고거래에서 꽤 실패율이 높다. 스케이트 보드 두 개, 카메라와 렌즈 하나, 신시사이저, 기타. 이 것들이 최근 중고장터에 내놓았고 가격도 내려보았으나 팔리지 않은 물건들이다. 부피가 큰 물건들은 꼭 팔렸으면 좋겠는데, 뭔가 유행이 지난 물건 같은 느낌이다. 가격은 형성되어 있으나 수요가 없어서 빵 원이나 다름 없는 물건.


4

오늘까지 연휴 삼일 째인데, 매일매일 바쁘다. 늘어지게 쉬지도 않았는데 이것저것 하다 보면 밤 열 시가 훌쩍 넘는다. 남편과 회사 안 다녀도 참 바쁘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이고 할 일 많아서 이제 회사 못 다니겠는데 그만 두자!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깔깔거리고 웃었다. 내일도 아침부터 잡채를 해가지고 시댁에 가야 하는데... 연휴 내내 계속 바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공연을 보려고 했던 연휴 계획 하나를 취소했다.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나를 너무 혹사시키지는 말아야지.


5

냉장고에 포도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위안케 한다. 냉장고에 신선한 과일이 있는 삶이 무척 좋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포도가 시들기 전에 얼른 먹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엄마들이 그렇게 김치냉장고를 좋아하나 보다. 신선하게 식품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저장고, 그것이 주는 위안이 크다는 걸 새삼 느낀다. 오늘도 고생했으니 이제 포도 먹으면서 좀 쉬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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