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 사건

day-42

by Lucie

1

오늘 뉴스에는 라스베이거스가 나왔다. 어떤 사람이 호텔 스위트 룸 창문을 깨고 아래 공연장을 향해 기관총을 쐈다고 한다. 쏜 사람은 60대의 백인 남성이었다. 공연장에서 갑자기 총소리가 나더니 총에 맞기 시작한 사람들. 밤이었고 처음엔 총알이 위에서 쏟아진다고 미처 생각 못했을 거기 때문에 날벼락같았을 것 같다. 사망자가 58명, 부상자는 오백 명이 넘는다고 한다. 경찰이 범인의 방에 들이닥쳤을 때 그는 이미 자살한 뒤였다고 한다. 그는 왜 그랬을까. 죽기 전에 미국 최악의 총기 테러 범죄자라는 이름이라도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 사람이 너무 싫어서 일단 마구 죽이고 싶었던 걸까. 호텔 스위트룸에서 기관총을 난사하는 꿈이라도 갖고 있었던 걸까. 범인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면 그는 무슨 말을 했을까. 궁금해졌다.


2

어제는 채널을 돌리다 그것이 알고 싶다 재방송을 보게 되었다. '각하의 비밀부대'라는 부제가 달려있었다. 거기에는 악플로 고생한 여자 연예인이 나왔다. 한창 미국산 쇠고기 파동 때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적었다가 말꼬리를 잡혔다. 꼬리 잡힌 단어는 '청산가리'였다. 그런 악플로 세간에 무척 시달렸다. 어느 날 가족들과 성묘를 갔는데 거기에서 사람들에게 욕을 먹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하는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심하게 울었다. 어떤 기억은 사람들의 마음에 심한 상처를 낸다. 그것은 장면으로 남아있다. 그 장면을 다시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려고 하면 평정을 잃어버린다. 고삐를 잡을 수 없는 감정이 요동치고 목에서 말이 아니라 울음소리가 나온다. 눈물을 흘리는 그녀와 함께 울었다.


3

나에게 일어난 일이라면 요리하다 엄지손가락을 덴 이야기까지도 스펙터클한 사건이 된다. 회사에서도 누군가 나에게 비난을 했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실수라도 하면 또 온갖 이야깃거리가 쌓인다. 그런데 가족이 테러로 죽었다거나, 국정원이 나에 대한 악플을 달았다면? 내 주변의 사람이 세월호를 탔다 사망했거나 억울한 상황에서 과로 자살을 했다면? 말로 다 할 수 없는 비극이 펼쳐질 것이다. 인생이 희극에서 비극으로 바뀌는 데는 1초도 걸리지 않는다. 왜인지 지금 일어나고 있는 비극이 나에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4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공동체 의식이 있다면, 이 모든 것은 남의 일이 아닐 거다. 그러니까 이승환은 돈의 신이라는 노래를 만들고, 주진우는 추격기 같은 책을 펴낸 것이 아닐까. 라스베이거스에서 프리허그 이벤트를 열었다는 주민에 대해서 생각한다. 부상자를 위해서 헌혈하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아픔을 덜고 보태는 것 역시 모두 사람에 손에 달렸다. 라스베이거스에 간 뒤 연락이 되지 않는 한국인이 여덟명이라고 한다. 모두 연락이 잘 되어서 또 다른 비보를 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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