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57
1
과거에 나는 회사의 보상 담당자였다. 누가 얼마를 받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돈에 대해 참 많은 생각들을 했었다. 돈을 많이 가진 사람 중에는 자신이 얼마를 받아야 적절한 것인지 전혀 감이 없는 사람이 있었다. 또 어떤 돈 많은 사람은 마음먹은 만큼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적은 액수의 돈을 더 달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어떤 이는 자기가 얼마를 버는지보다 다른 사람이 얼마를 받는지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도 했다. 사람의 상황과 성향에 따라 같은 액수의 돈에도 반응이 각기 달랐다. 객관적으로 의미 있게 여겨지는 돈의 액수가 얼마인지를 역산하려고 얼마의 목돈이 있으면 생계를 위한 돈벌이를 버릴 수 있는지 그런 것을 셈해본 적도 있었다.
2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경제가 성장한다는 전제가 시장을 굴린다. 이자를 받고 대출을 해주는 것도 기본적으로 상환능력이 없는 사람이 남은 돈을 모두 벌어 지불할 수 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주식을 사는 사람들도 회사가 성장해서 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경제를 굴리는 그 거대한 가정이 간혹 무서울 때가 있다. 불어도 불어도 터지지 않고 커지기만 하는 풍선 같다. 그 풍선 속에서 사람들은 사람들은 숫자를 땡겨와서 사용하고 다시 그 숫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삶을 소비한다.
3
금은 우주에서 왔다고 한다. 즉 지구에서 합성해서 얻어지는 물질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연금술사가 되어 금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21세기에는 연금술사라는 직업이 없다. 인간은 금을 만드는 것을 포기했고 금은 한정적 자원이 되었다. 중성자별이 충돌했을 때 금이나 백금 같은 물질이 합성된다고 한다. 최근 관찰된 감마선 폭발로 중성자별 충돌과 이로 인해 생성된 금의 이야기가 돈다. 이 충돌로 생성된 금의 양이 달의 10배로 추정된다는 과학자의 말이 기사에 실렸다. 이제 인간이 우주로 금 캐러 가겠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
언젠가 기상천외한 면접 질문 이야기를 하다가 누군가 이런 질문을 꺼냈다. 당신이 지금 금과 은, 철과 알루미늄 중에 하나를 골라서 가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질 건가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게 뭘 위한 질문이냐고 비아냥하면서도 사람들은 한 마디씩 자기 답변을 내놓았다. 저는 철이요, 단단한 물질이라서 저를 보호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알루미늄이요, 열전도율이 높고 가벼운 물질이라서 갖고 있으면 요긴하게 쓸 데가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금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가장 비싸고 몸에 지녀도 해로운 물질이 아니라서요, 이로운 느낌이 들잖아요. 하지만 나에게 가장 그럴듯하게 들린 답변은 이것이었다. 저는 은이요, 게임에서도 보통 처음에 시작할 때 두 번째로 좋은 템을 가진 사람이 이기는 경우가 많거든요. 가장 좋은 것을 가진 사람이 공격의 타깃이 되니까요.
5
희소한 자원 앞에서 사람들은 대개 전투적이다. 최근 보드게임에 빠진 친구도 돈 따는 게임이 제일 치열하다고 했다. 종이에 인쇄된 가짜 돈도 사람의 전투력을 불러일으킨다. 희소한 자원이라는 것은 그런 맹목적 탐욕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그 전투를 하도 봐서 그런가, 아니면 그냥 힘이 없어서 그런가 그런 계통의 전투력을 많이 상실하고 말았다. 문득 손가락에 끼워진 금반지가 보인다. 결혼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그걸 알릴 수 있는 편리한 수단이라 끼긴 했는데, 지구에서 합성되지 않는 물질이라 비쌌던 거구나 싶다. 이것도 나중엔 그냥 문신 같은 걸로 바꾸고 더 가볍게 다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