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칙같은 하이힐

day-61

by Lucie

1

이번 주엔 두 명의 친구 결혼식에 참석해야 했다. 결혼식을 갈 때는 항상 몸에 걸칠 것이 애매하다. 회사를 세 군데나 다녔지만 모두 복장이 자유로운 곳이었다. 그런 탓에 신발은 죄다 운동화, 입는 옷도 청바지에 후드티가 대부분이다. 언젠가 패딩조끼를 입고 백팩을 멘 채 헤드폰을 끼고 나타난 나를 친구들이 엄청난 리액션으로 맞아준 적도 있었다. 이게 회사원의 패션이 맞냐며, 학교 다니는 애 같다고 했다.


2

두 번째 직장으로 옮길 때 액세서리라는 아이템을 잃었다. 9시까지 남양주시에서 탄현까지 출근을 해야 했는데 겨울이면 해도 뜨지 않은 새벽에 집을 나서야 했다. 이른 시간이라 극도로 피곤했기 때문에 귀걸이나 목걸이 같이 작은 걸 주워서 끼울 에너지가 없었다. 세 번째 직장에 옮기고 나서는 아이라인도 잃었다. 매일 자정에 퇴근하는 생활을 이 년 정도 했다. 아이라인은 눈꺼풀 끄트머리에 조심스럽게 선을 그려야 하는 작업이다. 생각보다 집중력을 필요로 하고 꼼꼼하게 칠하려면 여러 번 덧그려야 하기도 하다. 그래서 갈색의 아이섀도를 사다가 칠해봤는데 그냥 쓱쓱 대충 발라도 돼서 편했다. 그래서 선 그리기 대신 색칠하기로 변경했다. 아이섀도는 오후가 되면 사라졌지만 뭐 그냥 대충 다녔다.


3

편한 것을 추구하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결혼식에는 아무래도 그 주장이 슬며시 약해진다. 결혼하는 친구의 배우자 가족들도 있는데 너무 편한 차림으로 가면 친구 욕 먹이는 것 같기도 하고, 또 깔끔하고 반듯한 옷을 입은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만 너무 격하게 튈까 봐 걱정이 된다. 그래서 집안에 있는 옷 중에서 그나마 얌전한 것을 찾아서 주워 입고 간다. 하지만 나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바로 신발이다. 이놈의 하이힐.


4

토요일에는 친한 친구의 결혼식이었는데, 거의 시간에 맞춰서 도착하고 말았다. 가면서도 미안한 마음에 시청역에서 내리자마자 바쁜 걸음을 옮겼다. 힐을 신고 걸으면 뭔가 2인 3각 같은 벌칙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일단 보폭도 원하는 만큼 안 나오고 딱딱한 신발 때문에 발을 유연하게 움직일 수 없어서 바닥에서 발이 잘 안 떨어진다. 마음이 급해서 조금 뛰었다. 입구에 도착하자 열린 신부 대기실 문 사이로 친구가 보였다. 친구 이름을 부르면서 전력질주를 했다. 이미 카메라는 식이 진행될 곳으로 이동하고 난 뒤였다. 친구의 동생이 카메라로 우리를 찍어주었다.


5

결혼식이 끝나고 나니 엄지발가락이며 발 뒤꿈치가 아파왔다. 결국 환승하는 역으로 남편이 태우러 나왔다. 집에 와보니 이미 까져 있었다. 오늘도 까진 발에 밴드를 붙이고 두 번째 결혼식에 다녀왔다. 하이힐은 정말 힘든 신발이라는 생각을 오늘도 했다. 고작 칠 센티미터 높이를 신고도 이렇게 힘든데, 신발 사려고 하면 이것보다 높은 하이힐들이 왕왕 보여서 깜짝깜짝 놀란다. 앞으로는 결혼식에도 신고 갈 만한 낮은 구두를 장만하는데 쇼핑의 포인트를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런 신발을 사게 된다면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는 일이 훨씬 신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금촌댁네 사람들을 아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