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조건, 정책

열 네번째 이야기 : UN의 행복보고서가 갖는 의미

by 윤승희
3월 20일은 UN이 정한 세계 행복의 날이다.


오늘은 우리 모두가 원하고 추구하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2012년 7월 12일 UN은 매년 3월 20일 을 '세계 행복의 날(International Day of Happiness)로 정했다.








2012년 "세계 행복의 날"에 대해 UN 반기문 사무총장은 그 의미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여전히 돈이 개인의 혹은 단일 국가의 웰빙(well-being)을 측정하는 중요한 수단인 것은 사실이지만, 단일 국가 혹의 개인의 웰빙은 GNP(Gross National Product)로만 측정 할 수 없으며,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 인류가 더 나아가기 위한 노력이며, 행복을 위해 우리의 행동이 필요하다.





인류는 이제, 물질적 만족 수준을 기준으로 삼던 삶의 만족을 넘어서 더 근원적이고 가치 지향적인 삶의 수준을 말하는 행복을 추구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물질적인 만족을 넘어서 정서적인 만족 그리고 이웃과 더불어 같이 행복할 수 있는 개인과 공동체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UN의 '세계 행복의 날'은 우리에게 행복의 조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얼마나 행복함을 느끼고 살까?


2015년 갤럽이 전 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행복감을 조사하여 발표하였다.

이 조사 결과에서 우리나라는 충격적이게도 118위였다. 한국인들이 경험하는 행복의 수준이 아르메니아, 중동의 팔레스타인, 아프리카 가봉과 같은 수준으로 나왔다.

당시 언론들은 이 조사 결과에 여러가지 추측을 보태여 기사를 내놓았다.


아무리 우리나라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우리나라가 내전과 기근으로 힘든 팔레스타인과 아프리카 가봉과 같은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의 행복감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더욱이 이 조사에서의 1위부터 10까지의 국가들은 거의 중남미 국가들이었다. 1위는 파라과이였으며, 이어 콜롬비아, 파마나 베네수엘라, 코스타리카 엘바사도르 니카라과이 순이었다. 이름도 생소할 뿐 아니라, 커피 이름으로 들어봤음직한 국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들이라는 것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이런 결과들이 나오게 되었을까?


나는 이 조사의 질문을 살펴보았다.

이 조사는 5개의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바로 조사 전날의 감정을 묻는 질문들이었다.

조사 전날 많이 웃었는지, 피로가 잘 풀렸다고 생각하는지, 온종일 존중 받으며 지냈는지, 뭔가 재미있거나 하루가 즐거웠는지를 묻는 것들이었다.


조사 질문 자체가 상당히 (시간적으로)한정적이고,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조사 전날의 상태만으로 개인의 행복을 측정할 수 있을까란 의문이 들었다. 더욱이 2014년 조사 당시 한국은 온나라를 슬픔과 비탄에 잠기게 했던 세월호 참사가 있던 해이지 않았는가?


행복에 대한 다른 조사가 있다 .

바로 '세계 행복 조사보고서'가 그것인데, 이것은 UN에서 조사되고 발표된다.


앞에서 본 갤럽의 행복감 조사가 개인이 어제 경험한 행복감을 조사 한 것에 반해 UN의 행복 조사보고서는 개인 삶의 전체에서 경험하는 행복을 조사한다. 예를 들어, 개인의 건강, 삶의 선택하는데 있어서 자유, 빈곤,국가가 제공하는 사회적 공공 시스템등 행복을 상당히 포괄적으로 조사한다.


그렇다면 이 조사에서 한국의 행복수준은 어떻게 나왔을까?

2013년 조사(2010~2012년 조사됨)에 의하면 한국의 행복수준은 41위였다. 그리고 2015년 조사(2013~2014년 조사됨)에 의하면 한국의 행복 수준은 몇 단계 하락한 47위 수준이었다. 상위권이라 할 수는 없지만 2015년 갤럽 조사 결과처럼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이 조사 결과에 대해 좀더 설명하자면,

이 조사의 1위는 덴마크였고, 다음으로 노르웨이, 스위스, 네덜란드, 스웨덴, 캐나다, 핀란드 등의 국가들이었다.

그리고 앞에서 본 갤럽의 행복감 조사에서 1위 였던 중남미 국가들은 그 순위가 대폭 밀려났는데, 갤럽 조사에서 1위 였던 파라과이는 54위로 2위였던 컬럼비아는 35위, 3위였던 파마나 베네수엘라는 49위로 나타났다.


UN의 행복 보고서는 개인의 행복을 구성하는 조건을 지극히 개인적인 것에서 부터 해당 사회가 갖고 있는 사회정책까지 포함한 것이라 보고 있다. 행복은 개인의 경험이라고 하지만 이 경험은 사회 안에서 여러 정치적, 사회적 조건에 의해 다르게 경험되는 산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필리핀 친구가 있다.


필리핀에서 가장 좋은 대학을 나와 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친구의 삶은 고단하기 그지 없으며, 무엇보다 본인 국가를 떠나고 싶어한다. 그녀가 본인 국가를 떠나고 싶어하는 이유는 정부에 대한 불신과 국가가 더 이상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의 완전한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그녀는 우리가 말하는 복지 선진국으로 가고 싶어한다. 사회적 안전망과 복지 정책이 잘 되어 있는 선진국으로 이민을 원한다. 하지만 그마저 여의치 않는 것이 그녀의 현실이다. 좋은 대학 출신에 학교 선생님으로 필리핀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을 갖고 있는 그녀지만 오히려 단시간 비정규직 노동자인 나를 부러워한다.

단지 한국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그 친구를 보면 다시 질문한다.

행복하기 위한 조건에 국가는 중요한것 인가?


우리나라 교육열은 세계가 알아 줄 정도로 높다.

그러면 우리는 왜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이토록 관심을 갖는 것일까?


좋은 대학을 보내기 위해서?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이러한 것들이 바로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조건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맞다.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다 좋은 대학에 들어 갈 수 있을까?

우리 아이들이 다 좋은 직장을 갖게 될까?


인정하기 어렵지만, 우리 아이들 중 더 많은 아이들이 명문대가 아닌 대학에 다닐 것이며, 혹은 대학에 다니지 않을 수 있고, 대기업 정규직으로 살기보다 그렇지 않은 직장에 다니거나, 비정규직으로 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은 행복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 아이는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 정규직이 되었다고 치자.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이 나라가 불신과 부패 그리고 계층간 갈등과 양극화가 만연된 사회라면, 과연 이 곳에서 살아가야 하는 이 아이들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떠한 지위와 소득을 갖고 있더라도 행복하게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



나는 행복은 단지 개인의 감정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행복은 전파된다.


우리는 슬픔과 불행 역시 전파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어떠한 사람도 내 이웃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리거나, 약자가 멸시받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을 목격 했을 때 행복하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행복한 삶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우리가 사는 사회 구성원들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인 정책에 관심을 갖자.

그렇다고 경제적인 수준과 개인적 조건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하지만 개개인들의 노력만으로 행복한 삶,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는 어렵다.


이제는 행복에 대해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보자,

내가 행복하고 우리가 행복하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한.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현재 우리가 갖고 있고, 앞으로 우리가 선택 하는 정책에서 부터 시작됨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