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변화의 근거는 무엇인가

시골박사의 정책이야기 세번째, 만0-2세 아동보육정책 개편을 보며

by 윤승희

" 흠~엄마 냄새 좋아. 엄마, 난 엄마 냄새가 가장 좋아요!"

우리 딸아이는 항상 코를 킁킁 거리면 내 냄새를 맡곤 하는데, 항상 하는 말이 '엄마 냄새 좋다'이다. 내가 특별하게 무슨 향수를 쓰는 것도 아닌데, 데체 무슨 좋은 냄새가 난다는 것일까? 가끔 그 냄새가 궁금해 나도 내 옷을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데 특별하게 좋다고는 못하겠다. 아마도 우리 딸은 나에게 특별한 냄새를 맡는듯 하다. '엄마 냄새'를 말이다.


한 아이를 키우는 나는 우리 딸아이의 엄마이다.


오늘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엄마들'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바로 현재 인터넷 뉴스와 어린 자녀의 엄마들 사이의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른 만 0~2세 보육정책 개편에 대해 이야기이다.



만 0~5세 무상아동보육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의 보육정책이 일부 수정될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내년부터 만0~2세 자녀를 둔 전업주부가 무상으로 이용할수 있는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하루 6~8시간으로 제한하는 한편, 만0~2세 영유아 부모 중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보육하는 부모에게 지급하는 양육 수당을 30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 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러한 정부의 개편안을 두고 일각에서는 전업주부에 대한 차별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 동안 너무 취업모에 대한 혜택이 없었다며 반박에 나서고 있다. 심지어 ‘맘충’이라는 단어까지 들먹이며 서로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 현 상황을 보면 정부의 정책 개편을 두고 정책의 개편이 마치 전업맘 VS 취엄맘이라는 편가르기 싸움을 부추기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보건복지부가 0~2세 보육 정책의 수정안을 내놓은 이후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해당 연령을 키우는 엄마들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인터넷에 쏟아져 나왔다. 솔직히 정책의 대상자들이 정책의 변화에 민감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를 들어 연금 문제를 두고 보더라도 공무원 연금 혹은 국민연금의 개편을 정부가 추진하면 정책 관련 사람들의 행동은 상당히 민감해진다.


그런데 문제는 현정부의 개편안에 대한 대다수의 시각이 엄마들의 양분된 반응에 초점을 두고 대립된 두 입장의 의견을 옮기는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왜 정책이 개편되어야 했는지 혹은 이 정책의 변화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논의의 장은 거의 찾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이 글에서 취업맘모 혹은 전업모 둘 중 어느 한쪽의 입장을 지지하지도 비판하지도 않을 것이다. 솔직히 엄마가 취업모인가 전업모인가는 이 정책이 갖고 있는 문제의 본질이 절대 아니기 때문이다.


정책은 불변의 진리가 아니다.

정책은 변화되고 변화되어야만 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나라의 보육정책 역시 아동 복지법이 재정되어 탁아사업이 실시되었던 1962년 이후 사회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변화를 거치며 현재 무상보육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보육정책의 변화는 비단 우리 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육정책의 변화가 더 극적으로 이루어진 곳은 지금은 선진복지국가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북유럽 국가들이었다. 1960년대부터 북유럽 국가들은 어린 아동이 있는 가족에 대한 정치적 관심이 증가되기 시작되었다.


그리고 이 시점은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입이 증가하였던 시기와 맞물린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하면서 보육정책에 대한 여성들의 욕구가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북유럽 정부들은 이러한 여성들의 욕구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에 동의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북유럽 국가들은 1960년대부터 보육서비스에 대한 국가의 지출이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1970년대에는 이러한 보육정책들의 급속한 확대를 비롯해 보육정책은 모든 아동들에 대한 보편적인 정책으로 인식되고, 더 나아가 어린 아동을 키우는 '부모들의 권리'라는 인식이 자리매김하게 된다. 물론 보육정책이 보편적인 아동의 권리이자 부모의 권리로 자리매김 되기까지 이 국가들의 보육정책은 노동시장의 변화, 경기의 변동, 어떠한 정당이 정부가 되었는가에 따라 보육정책은 변화의 변화를 거듭하게 된다.



북유럽 국가들 중 핀란드와 노르웨이 역시 보육정책(보육서비스, 양육수당, 양육휴가 등)의 변화가 극적으로 진행되었던 국가들이다. 그리고 변화되는 보육정책에 핀라드와 노르웨이 부모들은 지지 하기도 하였고 반대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정책의 변화에 대한 이 두 나라 정부의 태도는 우리나라와 다른 모습을 보이게 된다.


바로 국민들을 특히 해당정책의 직접적인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부모들을 이해시키는데 보여줬던 그들의 태도가 달랐다.


당시 이 국가들이 보육정책의 변화를 위해 수많은 정치적 논쟁들이 있었는데, 그 논쟁의 핵심은 바로 " 왜 보육정책이 변화되어야 하는가?" 였다.


다시 말해서 핀란드와 노르웨이는 보육정책의 개혁을 단행하기에 앞서 정책 개혁 혹은 변화에 대한 근거를 고민했었다. 왜 정책의 변화가 필요 한가, 그리고 이 변화에 대한 철학적 근거는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었다는 것이다.


이 정부들은 정책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와 지지를 얻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정책 수정의 근거로 내세운 철학적 혹은 정치적 근거들이 옳은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논의를 하지는 않도록 하겠다. 이야기가 길어질 뿐 아니라 이 글에서의 핵심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국가들이 보육정책 변화를 설명하기 위한 이념적 근거로 내세운 것은 바로 부모들의 ‘선택의 자유’였다.

선택의 자유 혹은 자유선택의 사전적인 의미는 행위자가 몇 개의 사항에 대해 그 중 하나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그리고 보육정책에서 선택의 자유는 부모가 여러 가지 보육의 방식 중 자신의 자녀를 어떠한 형태로 기를 것인가에 대해 자유롭게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핀란드와 노르웨이 이 두 정부가 가진 보육정책의 대 전제는 여전히 아동의 사회적 돌봄이었다. 하지만 아동의 사회적 돌봄이라는 전제 위에 부모들은 하나의 단일화된 보육의 형태가 아닌 가족 특성에 따라 다양한 돌봄의 형태를 갖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들의 보육 형태가 최선의 선택이 될 수 있게 국가가 지원해주어야 한다고 보육정책의 변화와 개혁의 당위성을 국민들에게 이해 시킨다.


그리고 두 정부는 결과적으로 특정 집단 보육방식에 대한 ‘제한’이 아닌 다양한 가족의 다양한 돌봄 욕구를 다양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의 변화를 꾀하였다.





다시 우리의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이번 보육정책 개편안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말을 인용했던 기사를 다시 한번 읽어보자.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내년부터 만0~2세 자녀를 둔 전업주부가 무상으로 이용할수 있는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하루 6~8시간으로 제한하는 한편, 만0~2세 영유아 부모 중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보육하는 부모에게 지급하는 양육 수당을 30만원 수준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번 보육정책의 개편에 대한 정부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보이는가?


정부는 본 정책의 개편을 국민들에게 설명하면서 “제한”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것은 보육정책에 대한 현 정부의 태도가 여실히 들어나는 대목이라 하겠다. 정책의 개편에 정부는 내심 일부 특정 집단에 대한 ‘제한’을 염두해 두었다는 것이다.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의 제한’ 어쩌면 이 문구가 이번 보육정책 개편의 중요 골자가 될 수도 있다.

이번 보육정책의 주요 변화는 바로 어린이집 이용시간의 다양화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는 단어로 선택한 것은 ‘다양화’가 아닌 ‘제한’이었다.


바로 이 지점이 현 보육정책 개편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이며, 현재 문제의 시작점이다.


만약 정부가 보다 효과적으로 보육정책 서비스 이용시간에 대해 고민을 하고자 했다면, 정부가 사용해야 할 용어는 ‘제한’이 아니라 ‘다양화’였어야 했다. 실제로, 정부가 정책 변화에 초점을 두어야 했던 것은 어느 특정 집단의 이용시간 제한이 아니라 돌봄에 대한 다양한 욕구였다.


전업모 아동의 보육시설 시간을 예전에 종일반이었던 것을 6시간으로 한정지었으므로 제한이라는 용어가 뭐가 틀리냐고 반문을 할 수도 있다.


여기서 잠시 보건복지부의 0~2세 보육시설 이용 시간조사 결과를 살펴보자.

이 조사에 의하면 전업모의 보육시설 이용시간은 평균 6~7시간 사이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개인간 차이는 있겠지만, 전업모의 경우 아이를 오전 9~10시 사이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오후 3~4시 사이에 집으로 데려온다는 말이된다. 이 통계대로라면 현재 정부가 제시하는 전업모의 보육시간 6시간(물론 추가 시간이 있음)은 절대 대다수의 전업모에게 불리하게만 작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왜 전업모들은 이 정책에 이렇게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전업모들은 반대 여론은 아마도 이번 정책의 개편을 두고 보여줬던 정부의 태도에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책에서 보여지는 차별적인 용어와 일부 정부 공무원들의 태도와 언사가 이 정책의 이용자인 엄마들, 특히 전업 엄마들의 심기를 건들인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정부가 정책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얻는데 실패하였다는 말이 된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단지 이 세상에 일하는 엄마와 집안 일을 하는 엄마 이렇게 딱 두 집단으로만 나뉘어 질 수 있다고 보는가? 실제로 많은 엄마들은 정말 다양한 처지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정규직이지만 야근과 박봉에 시달리는 엄마들, 비정규직의 테두리에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들 혹은 장애아동을 키우는 엄마들, 파트 타임이라도 일을 해보려는 엄마들, 이주민 엄마들.....여기에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처지의 엄마들이 그들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육정책의 방향성은 이러한 다양한 처지에 있는 가족들이 본인들의 자녀를 최선의 방법에서 키울 수 있게 지원해주는 쪽을 지향해야 한다.


정책은 시대와 함께 변한다.

당연하다.

그리고 정책의 변화는 정책에 대한 이해와 정책 변화에 대한 철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해당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얻을 때만이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지 않는 정책 변화는 국민의 반발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 뜨리는 빌미만 제공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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