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한 사람에게 이사는
꽤나 엄청난 스트레스를 준다.
최근에 이사를 했다. 이사하며 사용했던 이사박스가 무려 15개가 넘는데 책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10상자 정도가 책으로 채워졌다. 주변 지인들에게 가진 살림의 85프로가 책이라며 가진 건 책밖에
없는 여자라는 실없는 농담을 했지만 실은 이번에 꽤나 고생을 했다. 책이 얼마나 무거운지 아는 사람은 알터, 이사 전 포장을 하고 이사 후 짐을 푸는 것도 힘들었지만 거대한 상자더미들을 처분하는 것도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사방에 테이프질이 단단히 되어있고, 펼쳐져있던 꽤나 거대한 단프라 이사상자를 복도에 쫙 펼쳐놓고 칼로 쭉쭉 째고 접어 납작하게 만들었다. 납작하게 접어 포개놓은 상자들을 사진찍어 당근마켓에 올렸다. 사고 팔고 처분할게 은근 많아서 피로가 쌓여있던 차여서 최대한 빨리 가져가줬으면 싶었기에 테이프는 떼어내지 않고 엄청 저렴하게 내놓았다.
"예민한 분은 사절합니다" 라고 적어놓으면서 나도 모르게 어이가 없어서 웃어버렸다. 나도 예민한
주제에 중고로 물건을 팔거나 나눔을 할 때 더러 예민하신 분 사절이라고 써놓다니….
사실 그렇게 써놓은 이유는 단순했다.
경험에서 오는 일종의 사전방어이기도 했고, 어느정도 상태가 완전히 새것 같지 않음을 알리는 미리 감안하시라는 상태에 대한 부연 설명이기도 했다.
예민한 사람은 어쩐지 까탈스러울 것 같다는 편견아닌 편견이 있다.
기준이 꽤 엄격하고 까다로워서 작은 것에도 민감하고, 꼬투리를 쉽게 잡힐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예민함과 까칠함, 까탈스러움이라는 수식어는 단짝처럼 자주 따라붙는 것 같다.
하지만 기분이나 성향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신경쓰고 노력을 하는 나같은 사람도 있으니
무조건 예민한 사람이랑 얽히면 피곤해질 것 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줬으면 한다. 작은 것에도 민감하고 사소한 것에도 신경쓰는 사람이지만 내가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받았지,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중고거래는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졌고
털털한 누군가는 좋은 거래였다고 후기를 남겨주셨으니
서로 손해보는 것은 없는 거래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