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X

by 오종호

테헤란로의 거리로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에너지원을 공급받기 위한 인간의 절차는 언제나 번거로웠다. 영진은 삼삼오오 떠들며 식당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에 끼어 골목으로 들어갔다. 맛을 느낄 수 없었던 커피가 스며든 몸이 몹시도 담배를 원하고 있었다. 다행히 커피숍 건물 뒤편에 흡연구역이 있었다. 넥타이를 맨 정장 차림의 젊은이 몇 명이 추위에 몸을 잔뜩 움츠린 채 열심히 연기를 뿜어대는 중이었다. 그들에게서 서너 걸음 떨어진 위치에 서서 영진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몸 속으로 들어온 연기가 세포 하나하나를 어루만졌다. 영진은 급할 것이 없었으므로 최대한 천천히 깊이 들이마시고 긴 날숨으로 연기를 내뱉었다.


타 들어가는 담배의 끝에서 영태가 지나가고 있었다. 여러 명이 함께 어울려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걸어가는 모습에서 접대의 분위기는 찾을 수 없었다. 영진은 영태를 부르지 않았다.


약속을 잡기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영태는 친구들 사이에서 영진을 두고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벌였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했다. 한동안 잠수를 탔던 친구의 연락에서 아마도 영태는 돈을 빌리러 온 사업 실패자의 모습을 떠올린 것인지도 몰랐다.


영진은 정성스레 담배를 비벼 끄고 쓰레기통에 꽁초를 던져 넣었다. 흡연구역을 벗어나 지하철역으로 방향을 잡고 골목으로 접어든 순간 도로 건너편 광고판에서 뉴스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오후 3시에 강민 회장이 본사 앞 기자회견을 통해 중대 발표를 할 예정이라는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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