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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25. 2022

일상의 논어 <선진先進19>-불입어실不入於室


子張問善人之道 子曰 不踐迹 亦不入於室

자장문선인지도 자왈 불천적 역불입어실


-자장이 선한 사람의 길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성현의 발자취를 밟지 않으면 역시 방에는 들어갈 수 없다."



자장이 물은 '선인지도'를 쉽게 얘기하면 "착한 사람이라면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요?" 정도의 뉘앙스로 볼 수 있습니다. 


공자가 쓴 실室이라는 용어는 <선진> 편 14장에서 보았던 '승당입실升堂入室'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불입어실'이란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옛 성현들이 깨달아 남긴 지혜를 공부하지 않으면 그들이 도달했던 것과 같은 높은 경지에는 이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요즘 말로 하면 고전을 깊게 익혀야 한다는 것이지요. 


중요한 것은 '고전'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유명한 문학, 역사, 철학, 예술 작품들을 읽고 이해하는 수준에 오르면 되는 것인가, 저는 이 질문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특히 읽기 쉽게 부분적으로 인용되고 편집되어 파편화된 인문 교양서 수준의 책들을 읽고 남다른 통찰력의 획득을 기대한다면 난센스라고 봅니다.     


두루 많이 읽는 것이 도움은 되겠지요. 읽지 않는 것보다는 말입니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책을 포함한 읽을거리들을 자신만의 사유를 증대시키기 위한 재료로 삼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우선 재료들의 품질을 높여야 합니다. 익히 알려진 수준 높은 고전들이라고 해도 남들이 읽지 않는 방식으로 읽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더욱 효과적인 방법은 남들이 읽지 않는 진짜 고전을 공부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명리학과 주역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학문들을 깊이 공부하지 않고 통찰력을 얻는다든가 인간과 세계에 대해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온고溫故했으면 지신知新도 해야 하지요. 지금과 같이 전 세계적 경제 침체와 우리나라만의 경제위기가 예견되는 시기를 주체적으로 넘어서기 위해서는 경제에 대한 지식과 혜안도 필요합니다. 주식 공부를 핵심에 두고 관련 지식들을 그것 중심으로 방사선으로 연결하여 압축하는 방식의 학습법이 요구됩니다. 


불안과 공포는 무지에서 비롯됩니다. 나라가 국민을 내팽개치는 시대에 우리는 그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삼아 실력을 기르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실력을 길러야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까요. 탄탄한 실력을 갖기 전에는 기회가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일시적 사업 성공, 유명세 이런 것은 모두 허상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절대적 확신을 가질 만큼의 실력을 갖추는 것, 이것이 이 암울한 시대의 절대적 목표여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야 방(室)에 들어갈 수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착하게 살았다면 앞으로도 착하게 살아야 합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천성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지요. 선하게 태어난 사람들은 선하지 않기가 더 어렵습니다. 편법을 일삼는 주위 사람들이 잘나가는 경우가 흔한 세상에서 착하다는 것은 무용하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선을 버리고 악과 타협해 얻는 부와 명예는 부질없는 것입니다. 반드시 사상누각이었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 옵니다. 


착하게 사는 것은 성공하는 것보다 더 소중한 전제입니다. 착한 얼굴, 착한 몸매, 착한 가격 등으로 '착함'이 희화화되는 세상에서 이런 말은 낭만적으로 들리기 쉽지요. 그러나 착하지 않은 사람들의 성공이란 사회에 해악을 끼칠 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잘되는 세상이 고착화되는 한 그 누구도 정당한 노력을 하지 않으려 들겠지요. 우리는 그런 세상의 도래를 저지해야 합니다. 


상심하고 좌절하는 과정을 겪고 또 겪어도 기죽지 말고 실력을 길러야 합니다. 실력자가 되면 세상은 두려운 곳이 아닙니다. 우리는 실력자가 되어 크게 성취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기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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