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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23. 2022

일상의 논어 <선진先進17~18>-화식貨殖

17, 18장은 한꺼번에 해설합니다. 


17 

柴也愚 參也魯 師也辟 由也喭

시야우 삼야로 사야벽 유야언


-시는 우직하고, 삼은 미련하며, 사는 편벽하고, 유는 거칠다. 


는 자고子羔라는 제자로 처음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우는 우직愚直이니 스티브 잡스가 "Stay hungry, stay foolish"라고 말했을 때의 foolish의 뉘앙스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은 증자曾子로 유자有子와 더불어 논어에서 자子로 불렸던 두 명 중의 한 사람입니다. 논어에 매우 많이 등장하지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공자의 적통을 이었다고 평가 받을 정도로 유가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으니까요. 그런데 공자는 왜 '노魯'라고 평가했을까요? 이것 역시 긍정적인 의미로 봐야 합니다. 증자는 <학이> 편에서 '나는 날마다 세 가지 점에 대해 나 자신을 반성한다(오일삼성오신吾日三省吾身'고 말할 정도로 미련스럽게 원칙을 지켰던 인물입니다. <이인> 편에서 공자의 '일이관지'가 '충서'임을 간파하기도 했지요. 바른 원칙을 미련스럽게 고집하는 그의 면모를 공자가 부정적으로 말했을 리 없는 것입니다.


師는 자장子張입니다. 그는 <위정> 편에서 벼슬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했지요. 이후의 질문들도 영민함을 보여 주지 않습니다. 비록 그가 훗날 출세의 부질없음을 깨닫고 학문하는 삶을 살았으나 폭넓은 인식에 이르지는 못한 듯합니다.


由는 자로이지요. 거칠다는 평가는 우리가 아는 자로와 어울립니다. 다만, 거칠다는 것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을 뿐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겉말과 달리 자로에 대한 공자의 애정은 각별했지요. 



18 

子曰 回也其庶乎 屢空 賜不受命而貨殖焉 億則屢中

자왈 회야 기서호오 누공 사불수명이화식언 억즉루중


-공자가 말했다. "회는 도에 가까이 다가갔으나 처지가 어려웠다. 사는 천운을 타고나지는 않았으나 재물을 늘렸다. 그의 예측은 여러 차례 적중했다."


안회는 복성공復聖公이라 불릴 정도로 인仁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죽는 날까지 가난했지요. '누공'은 '자주 비었다'는 뜻이니 공空은 양식을 담아 두는 독의 상태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습니다.


賜는 자공으로 그는 노나라와 위나라의 재상을 지내면서도 장사로 큰 부를 쌓았습니다. 공자가 덕을 많이 봤지요. '불수명'에서 명命은 천명이겠으나 '천명을 받지 않았으나'라고 해석하면 공자가 오버하는 셈이 됩니다. 자공의 천명을 공자가 알 수는 없으니까요. 따라서 '높은 벼슬을 하는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태어나는 천운이 없었음에도' 정도의 의미로 보면 됩니다. 작황에 대한 선견지명이 뛰어나고 물건의 시세 변동을 추론하는 능력이 뛰어났겠지요. 


자공의 삶은 오늘날 같으면 큰 경제적 성공을 거둔 투자가가 공직에 입문하여 경제 관료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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