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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03. 2023

일상의 논어 <선진先進25-final>-불오지不吾知


子路曾晳冉有公西華侍坐 子曰 以吾一日長乎爾 毋吾以也 居則曰 不吾知也 如或知爾 則何以哉 

子路率爾而對曰 千乘之國 攝乎大國之間 加之以師旅 因之以饑饉 由也爲之 比及三年 可使有勇 且知方也 夫子哂之 

求爾何如 對曰 方六七十 如五六十 求也爲之 比及三年 可使足民 如其禮樂 以俟君子 

赤爾何如 對曰 非曰能之 願學焉 宗廟之事 如會同 端章甫 願爲小相焉 

點爾何如 鼓瑟希 鏗爾 舍瑟而作 對曰 異乎三子者之撰 子曰 何傷乎 亦各言其志也 曰 莫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 夫子喟然歎曰 吾與點也 

三子者出 曾晳後 曾晳曰 夫三子者之言何如 子曰 亦各言其志也已矣 曰 夫子何哂由也 曰 爲國以禮 其言不讓 是故哂之 唯求則非邦也與 安見方六七十如五六十而非邦也者 唯赤則非邦也與 宗廟會同 非諸侯而何 赤也爲之小 孰能爲之大

자로증석염유공서화시좌 자왈 이오일일장호이 무오이야 거즉왈불오지야 여혹지이 즉하이재 

자로솔이이대왈 천승지국 섭호대국지간 가지이사려 인지이기근 유야위지 비급삼년 가사유용 차지방야 부자신지 

구이하여 대왈 방육칠십 여오육십 구야위지 비급삼년 가사족민 여기예악 이사군자

적이하여 대왈 비왈능지 원학언 종묘지사 여회동 단장보 원위소상언 

점이하여 고슬희 갱이 사슬이작 대왈 이호삼자자지찬 자왈 하상호 역각언기지야 왈 모춘자 춘복기성 관자오육인 동자육칠인 욕호기 풍호무우 영이귀 부자위연탄왈 오여점야 

삼자자출 증석후 증석왈 부삼자자지언 하여 자왈 역각언기지이의 왈 부자하신유야 왈 위국이례 기언불양 시고신지 유구즉비방야여 안견방육칠십 여오육십 이비방야자 유적즉비방야여 종묘회동 비제후이하 적야위지소 숙능위지대 


-자로와 증석과 염유와 공서화가 스승을 모시고 앉아 있었다. 공자가 말했다. "내가 너희들보다 조금 더 오래 살았지만 나를 그렇게 여기지 말아라. 평소에 말하기를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라고 하던데 너희들을 알아준다면 어찌 하겠느냐?

자로가 불쑥 나서며 말했다. "천승지국이 대국들 사이에 끼어 전쟁에 시달리고 기근이 겹친다 해도 제가 그 나라를 다스린다면 대략 3년 안에 용기를 갖게 하고 방도를 알게 할 수 있습니다." 공자가 미소를 지었다. 

"구야, 너는 어찌하겠느냐?"

염유가 대답했다. "사방 60~70리나 50~60리를 제가 다스린다면 대략 3년 안에 백성들을 풍족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예약 같은 것은 군자를 기다리겠습니다."

"적아, 너는 어찌하겠느냐?"

공서화가 대답했다. "할 수 있다고 말하지 않고 배우기를 원합니다. 종묘의 일이나 외교의 자리에서 예복과 예관을 갖추고 작은 도움이라도 되길 바랍니다."

"점아, 너는 어찌하겠느냐?"

성기게 연주하던 거문고를 소리내어 한 번 뜯더니 옆으로 밀쳐 두고 일어나 대답했다. "세 사람이 말한 것과는 다릅니다." 공자가 말했다.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 각자 자신의 뜻을 말한 것이다." 증석이 말했다. "음력 3월이면 봄옷을 지어 입고 젊은이 대여섯, 어린 아이 예닐곱과 함께 기수에서 멱감고 무우에서 바람 쐬다 시를 읊으며 돌아오겠습니다. 공자가 감탄하며 말했다. "나는 점과 함께하련다."     

셋이 나가고 증석이 남았다. 증석이 말했다. "저 세 사람의 말이 어떠한지요?" 공자가 말했다. "각자 자기의 뜻을 말했을 뿐이다." 증석이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무슨 연유로 유를 보고 웃으셨는지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예로써 해야 하는데 자로의 말이 겸손하지 않았기에 웃음이 났다. "구의 경우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아니지 않은지요? "어찌 사방 60~70리나 50~60리를 나라가 아니라고 보느냐? "적의 경우에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아니지 않은지요?" "종묘의 일과 외교의 자리가 제후의 일이 아니면 무엇이냐? 적의 일을 작다고 하면 누가 능히 큰일을 하겠느냐?"        



<선진> 편의 마지막 장 내용이 매우 깁니다. 자신들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제자들에게 공자가 허심탄회하게 말할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이때다 싶어 저마다 자신들의 포부를 밝히지요. 


제자들의 말을 들으면서 우리는 공자가 증석의 말에 힘을 실어 줄 것을 예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다들 세상에 나가 한가락씩 하고 싶어 하지만 공자는 그것의 부질없음을 잘 알고 있지요. 안빈낙도하는 안회의 삶에 찬사를 보낸 바 있는 공자입니다.(子曰 賢哉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 回也 자왈 현재회야 일단사 일표음 재루항 인불감기우 회야불개기락 현재 회야 - 공자가 말했다. "어질도다 회여! 한 그릇의 밥과 한 바가지의 물로 누추한 집에 사노니 사람들은 그 고생을 견디지 못하지만 회는 즐거워함이 바뀌지 않으니 어질구나 회여!", <옹야> 편 9장)


나랏일 한다고 국민 앞에서 고개 빳빳이 들고 거들먹거리는 자들을 보면 공자의 마음이 이해됩니다. 어쩌면 정치란 태생적으로 그런 자들을 걸러낼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썩은 언론이 떠들어대는 말과 글을 다차원적 맥락 속에서 파악하지 못하면 자기 고유의 관점을 형성하지 못하고 그저 다 진실로 여긴 채 사악한 권력자의 노리개로 전락하고 맙니다. 피 흘려 민주주의의 꽃을 피운 이 나라에서 언제나 독재자들의 편에 서서 수수방관해 온 자들이 국민이랍시고 반지성적 투표를 반복하고 있으니 참으로 딱할 노릇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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