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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Dec 31. 2022

일상의 논어 <선진先進24>-오부녕자惡夫佞者


子路使子羔爲費宰 子曰 賊夫人之子 子路曰 有民人焉有社禝焉 何必讀書然後爲學 子曰 是故惡夫佞者

자로사자고위비재 자왈 적부인지자 자로왈 유민인언유사직언 하필독서연후위학 자왈 시고오부녕자


-자로가 자고를 비 지방의 관리로 임명하자 공자가 말했다. "남의 자식을 그르치는구나." 자로가 말했다. "백성이 있고 사직이 있는데 어찌 반드시 글을 읽은 다음에만 학문을 한다고 하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이래서 말재주 부리는 자를 싫어하는 것이다."  



<옹야> 편 7장에서 계씨 집안은 민자건을 비 지방의 관리로 임명하려 했지만 민자건이 이를 거절한 바 있습니다. 


계씨 집안의 가신이 된 자로가 자고에게 그곳을 다스리게 하였는데 자고는 <선진> 편 17장에서 우직(愚)한 자로 등장했었지요. 공자의 눈에 계씨 가문과 같은 대부들이 노나라의 권력을 장악하고 인재를 싹쓸이하는 행태가 좋게 보일리 없습니다. 


"학문을 하게 그냥 내버려두지 아직 공부할 것이 많이 남은 아이를 왜 망치려는 것이냐?"라고 공자가 꾸짖자 자로가 "어차피 공부라는 것이 다 나랏일 하려고 하는 것 아닌지요? 글만 읽는다고 공부가 아니라 정치 현장에서 경험을 쌓는 것도 다 공부 아니겠습니까?"의 뉘앙스로 받아치고 있습니다.  


공자는 소위 말만 번지르르한 것을 극도로 꺼렸지요. 많이 공부하여 속이 꽉 찬 사람이 능숙하게 구사하는 말까지 그가 못마땅하게 여기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자로의 논리는 사실 크게 틀린 것이 없지요. 학자들만 정치할 수는 없습니다. 이른 나이부터 전문적으로 양성되는 정치인이 필요한 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현실 정치를 하면서도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것이 무엇이든, 아는 것도 없고 세상 물정도 모르는 사악한 자가 최고 권력자가 되어 마구잡이로 아무 말이나 쏟아내는 우리 현실의 참담함만 하겠습니까? 그래도 우리는 인간의 시스템이 구분해 둔 시간의 마디를 다시 넘고 있습니다. 입춘 이후 맞이하게 될 계묘년은 깊은 절망의 바닥에서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는 해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의 분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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