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Dec 29. 2022

일상의 논어 <선진先進23>-대신구신大臣具臣

季子然問 仲由冉求可謂大臣與 子曰 吾以子爲異之問 曾由與求之問 所謂大臣者 以道事君 不可則止 今由與求也 可謂具臣矣 曰 然則從之者與 子曰 弑父與君 亦不從也

계자연 문 중유염구 가위대신여 자왈 오이자위이지문 증유여구지문 소위대신자 이도사군 불가즉지 금유여구야 가위구신의 왈 연즉종지자여 자왈 시부여군 역부종야


-계자연이 물었다. "중유와 염구는 훌륭한 신하라 할 만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나는 선생께서 남다른 질문을 할 거라 여겼는데 유와 구에 대해 묻는군요. 소위 훌륭한 신하라는 것은 도로써 임금을 섬기다가 더 이상 할 수 없을 때에는 그치는 것입니다. 지금 유와 구는 머릿수나 채우는 신하라 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계자연이 말했다. "그렇다면 시키는 대로 따를 자들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아비와 임금을 시해하는 일이라면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중유(자로)와 염구(염유)를 가신으로 부리게 된 계씨 집안의 계자연이 하는 질문에는 일종의 허세가 담겨 있습니다. "당신 제자 둘이 지금 우리 집안의 수하로 들어와 있는데 말이오. 그 친구들 나름 괜찮은 거 맞죠?" 정도의 뉘앙스로 묻고 있는 것이지요. 


공자는 자기 집안의 가신에 대하여 '대신大臣'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계자연의 말에 비위가 상한 모양입니다. '구신'이라는 단어로 바로잡지요. 공자의 말을 자로와 염구에 대한 무시로 오해하면 안 됩니다. 공자의 속마음은 "누구인들 너희 집안에 들어가서 일한다면 그 정도 신하 밖에 더 되겠느냐? 너희 집안에 무슨 도가 있다고 대신씩이나 있겠느냐?"라고 꾸짖는 것이지요. 


아둔한 계자연이 본색을 드러내는 수준 낮은 질문을 이어갑니다. 공자가 돌려까고 있지요. 그는 "고용주로서 네가 그 녀석들에게 일을 시킬 수는 있겠지. 허나 너희들처럼 도리에 어긋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 정도는 가르쳤으니 말이다"의 뉘앙스로 말한 것입니다.  


자고로 머릿속에 든 것 없이 돈과 권력을 주무르게 된 자들은 말귀를 잘 못 알아 듣는 법입니다. 그저 위세나 부릴 줄 아는 것이지요. '구신'들은 바로 지금 우리 시대에 차고 넘칠 정도로 많지요. 귀신은 뭐하나 모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선진先進22>-하감사何敢死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