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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18. 2023

일상의 논어 <안연顔淵13>-필야사무송必也使無訟


子曰 聽訟 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

자왈 청송 오유인야 필야사무송호


-공자가 말했다. "송사에 대해 판결하는 일이라면 나도 남과 마찬가지이겠지만 꼭 해야 할 일은 소송이 없도록 하는 것이겠지?"



'청송'은 소송에서 당사자들의 말을 듣고 판결하는 것입니다. 


는 '같다, 똑같다'의 뜻이니 '오유인'은 '나도 남들과 같다'는 의미입니다. 판결이라는 업무는 체계가 확립되어 있어서 나라고 별 다르게 할 도리가 없다는 뉘앙스이지요. 오십이 넘어 총 6년 정도의 벼슬 생활을 한 공자는 소사구小司寇와 대사구大司寇 직에서 각각 3년과 1년 정도 복무했습니다.   


공자는 소송 자체가 없는 인간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아예 사람 간의 다툼이 사라져 소송이 필요 없어진 세상 말입니다. 그에게는 인仁이라는 이상적 가치가 있었으니까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이라면 그런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필야사무송'에서 느껴집니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 하에 모든 저항을 법으로 누르겠다는 투철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우리 시대의 권력은 공자가 그렸던 이상 사회로부터 얼마나 멀어진 것일까요? 아무리 감추고 변명을 해 봤자 이 나라의 현 권력은 이미 자기 정당성을 상실했습니다. 한 나라를 리드할 자격도 능력도 신념도 없는 권력 지상주의자와 그 무리들의 망동은 이미 끝을 향해 맹렬히 다가가고 있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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