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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17. 2023

일상의 논어 <안연顔淵12>-편언절옥片言折獄


子曰 片言可以折獄者 其由也與 子路無宿諾

자왈 편언가이절옥자 기유야여 자로 무숙낙


-공자가 말했다. "한 마디의 말로도 옥사를 처결할 수 있는 사람, 그가 유다. 자로는 하기로 한 것을 묵혀 두지 않는다."



'절옥'은 감옥에 보낼 지 말지 딱 부러지게 따지는 것으로 곧 죄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그 잣대는 공명정대함이어야 하겠지요.


논어에 등장하는 자로의 면모는 용맹하고 의리가 있지만 거칠어 투박하고 단순합니다. 비록 유무죄를 가리는 일이 정의로움과 연관되지만 그 못지않게 지식과 지혜, 그리고 진중한 성격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지요. 


공자의 말은 자로가 결코 아둔한 사람이 아니었음을 보여 줍니다. 저는 공자가 자로에게 건네는 말들에서 그가 자로를 얼마나 편하게 느끼는지 말한 바 있습니다. 다른 제자들에게 말할 때와는 다른 유머러스함이 담겨 있으니까요. 


적어도 죄를 지었는지 그렇지 않은 지 판별하는데 있어서 많은 말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는 것은 자로가 강직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판별하는 눈을 갖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 눈은 오직 순수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능력이지요. 스승의 가르침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여 따르고 실천하는데 자로가 집중했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은 승낙, 동의의 의미이니 '무숙낙'은 하기로 약조한 것을 질질 끌지 않고 바로 실천에 옮기는 행동주의자의 모습이지요. 그렇듯 단호한 면이 있기에 판결도 칼같이 내릴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저는 위와 같이 풀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주역 <대상전>에 '절옥'이 두 번 등장하는데 하나는 22괘 산화비괘(象曰 山下有火 賁 君子以 明庶政 无敢折獄 상왈 산하유화 비 군자이 명서정 무감절옥 - <대상전>에 말했다. 산 아래에 불이 있는 것이 비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여러 정사를 밝히되 함부로 옥사를 처결하지 않는다)요, 다른 하나는 55괘 뇌화풍괘(象曰 雷電皆至豊 君子以 折獄致刑 상왈 뇌전개지풍 군자이 절옥치형 - <대상전>에 말했다. 우레와 번개가 함께 이르는 것이 풍이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죄를 판단하고 형벌을 결정한다)입니다. 자로의 '절옥'은 후자의 속성과 가깝습니다. 


우리나라 판검사들이 과연 자로보다 나을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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