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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24. 2023

일상의 논어 <안연顔淵19>-초상지풍필언草上之風必偃


季康子問政於孔子曰 如殺無道 以就有道 何如 孔子對曰 子爲政 焉用殺 子欲善而民善矣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必偃

계강자문정어공자왈 여살무도 이취유도 여하 공자대왈 위정언용살 자욕선이민선의 군자지덕풍 소인지덕초 초상지풍필언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물으며 말했다. "무도한 자를 죽여 도를 세운다면 어떠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선생께서는 정치하는데 어찌 살을 쓰려 하십니까? 선생께서 선해지고자 하신다면 백성들도 선해질 것입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고 소인의 덕은 풀이지요. 풀 위로 부는 바람은 반드시 (풀을) 눕힙니다."   



계강자가 다시 정치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무도함을 바로잡는 수단으로 살殺을 사용하는 것이 괜찮은지 묻고 있습니다. 살殺은 요즘 말로 사형이라고 보면 됩니다. 


'취유도就有道'는 직역하면 '도가 있음을 이루다'는 뜻이니 위와 같이 '도를 세우다'의 의미로 풀이하였습니다. 


공자는 계강자의 '용'에 동의해 주지 않습니다. 공자의 마음속 질문은 아마도 다음과 같았을 것입니다. '무도한 계씨 너희들이 누구를 무도하다고 몰아 죽이겠다는 것이냐?' 하지만 이런 직설적인 공격이란 그릇이 작은 권력자들에게는 역효과를 일으키기 쉽지요. 공자는 계강자를 군자라고 치켜세우며 완곡하게 달랩니다. 무고한 백성들이 죽임을 당하는 일만은 막고자 함이겠지요. 계씨 집안에게 있어서 무도한 자란 자신들이 부과한 만큼의 세금을 내지 않는 백성들을 포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계강자를 군자로 추어올리며 백성들을 소인으로 낮춰 부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것은 공자의 평소 인식이 드러난 것이 아니라 계강자를 은근히 꾀어 백성들을 지키기 위한 공자의 의도인 것입니다.   


그래서 '초상지풍필언'은 직역하는 것이 옳습니다. 계강자를 군자로 높이고 군자의 덕을 바람으로 비유했으니 위와 같이 바람을 주어로 순서대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상지풍'을 부사적으로 풀어 일반적인 해석인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는다'와 같이 읽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형毛亨이라는 사람이 썼다고 하는 시경 주해서인 <<모시毛詩>>에는 <<시경>> 305편의 시에 모두 서문이 붙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시경의 첫 편인 <국풍國風> '주남(周南. 문왕의 아들인 주공 단旦이 남방 지역에서 모은 노래)'의 첫 시인 '관저(關雎. 물수리)' 앞에 긴 서문(모시서毛詩序)이 있는데 그 안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故詩有六義焉 一曰風 二曰賦 三曰比 四曰興 五曰雅 六曰頌 上以風化下 下以風刺上 主文而譎諫 言之者無罪 聞之者足以戒 故曰風

고시유육의언 일왈풍 이왈부 삼왈비 사왈흥 오왈아 육왈송 상이풍화하 하이풍자상 주문이휼간 언지자무죄 문지자족이계 고왈풍 

- 그러므로 시경에는 육의가 있다. 첫째를 풍이라 하고, 둘째를 부라 하며, 셋째를 비라 하고, 넷째를 흥이라 하며, 다섯째를 아라 하고, 여섯째를 송이라 한다. 위는 풍으로써 아래를 교화하고, 아래는 풍으로써 위를 풍자諷刺한다. 가장 중요한 문장으로써 둘러 말하여 간하니, 말하는 자는 죄가 없고 듣는 자는 족하여 경계하기에 풍이라 한다. '


'초상지풍필언草上之風必偃'이 위에서 아래를 교화하는 풍風이라면 '수지풍중초부립誰知風中草復立 - 누가 알랴 바람 속에서도 풀은 다시 일어서고 있음을'과 같은 대구는 아래에서 위를 풍자하는 풍이라는 것입니다.


신영복 선생님은 김수영의 위대한 시 '풀'의 시상이 여기에서 비롯한다고 보았습니다. 저도 선생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이풍화하以風化下'할 능력이 없는 작금의 위정자는 국민들의 '이풍자상以風刺上'을 억압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자이지요. 학창 시절에 국어를 싫어했던 자답게 '풀'의 힘을 알지 못하기에 망동에 망동을 거듭하고 있을 따름인 것입니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 풀 / 김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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