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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Jan 23. 2023

일상의 논어 <안연顔淵18>-불욕부절不欲不竊


季康子患盜 問於孔子 孔子對曰 苟子之不欲 雖賞之不竊

계강자환도 문어공자 공자대왈 구자지불욕 수상지부절


-계강자가 도둑을 근심하여 공자에게 묻자 공자가 말했다. "진실로 선생께서 하고자 하지 않는다면 설사 상을 준다고 해도 훔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선진> 편 16장의 내용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季氏富於周公 而求也爲之聚斂 而附益之 子曰 非吾徒也 小子鳴鼓而攻之 可也

계씨부어주공 이구야위지취렴 이부익지 자왈 비오도야 소자명고이공지 가야

-계씨는 주공보다 부유했는데 구가 그를 위해 백성들로부터 함부로 징수하여 그에게 더했다. 공자가 말했다. "나의 제자가 아니다. 너희들은 북을 치며 구를 공격해도 좋다."'    


계씨 집안의 가신이 된 염유가 백성들을 수탈하는 수준으로 가혹하게 세금을 걷자 공자가 그를 파문하는 대목입니다. 


우리는 도둑이 늘어난 까닭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부와 권력을 가진 계씨 가문의 약탈적 착취가 바로 그 원인이지요. 일을 할수록 가난해지고 빚이 늘어나는 상황에 처하게 되면 산 입에 거미줄 칠 수 없는 백성들은 산적이 되기도 하고 세상을 뒤엎고자 민란을 일으키기도 하는 법입니다.   


'불욕不欲'을 '탐욕을 부리지 않는다면'과 같이 풀이하면 안 됩니다. 공자가 계강자의 면전에 대고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완곡하게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계강자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욕欲 뒤에 올 수 있는 여러 동사들이 생략되어 있는 셈이기에 공자의 말은 "더 갖고자 하지 않는다면", "더 모으고자 하지 않는다면", "더 빼앗고자 하지 않는다면" 등과 같은 뉘앙스를 두루 포함하게 되는 것입니다.   


잿더미만 남은 이 나라를 선진국으로 일으켜 세운 것은 국민의 땀이고, 친일파와 독재 세력을 몰아내고 민주주의를 꽃피운 것은 국민의 피입니다.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 확립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은 부패하고 불의한 세력에게 피와 땀을 반복적으로 헌납한 무지가 끝내 경제와 민주주의를 동시에 무너뜨리며 이 나라를 독재 시대로 후퇴시키고 있습니다. 


계씨 집안의 횡포에 시달리다 못해 도둑으로 전락한 노나라 백성들처럼 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국민과 국가를 위해 일할 생각이 없는 자들에게서 우리는 나라를 되찾아 와야 합니다. 우리는 주권자로서 우리가 위임한 권력을 부당하게 사용하는 자들에게서 그것을 회수해 와야 합니다. 도둑이 아니라 주인으로서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것이 역사가 우리 국민에게 부여한 올해의 과업입니다. 늦으면 늦을수록 이 나라는 더욱 망가질 테니까요. '더 갖고자 하고, 더 모으고자 하고, 더 빼앗고자 하는' 저들을 방치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 것입니다. 


공자가 우리에게 말합니다. "저것들은 그대들의 일꾼들이 아니오. 그대들은 북을 치며 저것들을 공격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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