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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Feb 13. 2023

일상의 논어 <자로子路14>-유정有政

冉子退朝 子曰 何晏也 對曰 有政 子曰 其事也 如有政 雖不吾以 吾其與聞之

염자퇴조 자왈 하안야 대왈 유정 자왈 기사야 여유정 수불오이 오기여문지


-염자가 조정에서 물러나오자 공자가 말했다. "어찌 늦었느냐?" 염자가 대답했다. "정사가 있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사사私事였겠지. 만일 정사가 있었다면 비록 벼슬을 하지는 않지만 나도 그것에 대해 들었을 것이다."    



염자는 염유입니다. 계씨 집안의 가신이 되어 백성들로부터 가혹하게 세금을 걷다가 공자로부터 출문 당하는 인물이지요. 


공자는 공적인 업무를 하느라 늦었다고 얘기하는 염유의 거짓말에 정곡을 찔러 들어갑니다. 실권을 쥐고 왕실을 능멸하며 자신들만을 위한 정치를 펴는 자들이 감히 '정사'를 운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공적인 일과 거리가 먼 다만 사익을 논의하는 자리에 불과하다는 꾸짖음입니다. 


물질과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현실과 타협한 속물주의자인 염유는 공자의 가르침으로부터 멀어져 갑니다. <옹야> 편 10장에서 '역부족'이라는 표현을 쓰며 공부가 마음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지요. 그런 염유에게 공자는 "능력이 부족한 자는 중도에 그만둔다. 지금 너는 선을 긋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합니다. 염유의 마음이 공부로부터 멀어져 출세를 향하고 있었음을 공자는 잘 알고 있었습니다. 


사익만을 추구했던 자들은 정치권에 발붙일 수 없어야 합니다. 그런 자들이 내세우는 공익, 공공성이라는 단어는 추잡한 의도를 감추려는 허울만 좋은 가짜 명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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