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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r 20.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12~13>-견리사의 견위수명

見利思義 見危授命

12장과 13장을 함께 정리합니다. 



子曰 孟公綽爲趙魏老則優 不可以爲滕薛大夫

자왈 맹공작위조위노즉우 불가이위등설대부 


-공자가 말했다. "맹공작은 조씨나 위씨 가문의 최고 가신이 되기에는 넉넉하지만, 등나라나 설나라의 대부가 될 수는 없다."


맹공작은 <<사기>> <중니제자열전>에 공자가 존경했던 여러 인물들 중 한 명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마천은 그 인물들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습니다. '주周의 노자, 위衛의 거백옥, 제齊의 안평중晏平仲, 초楚의 노래자, 정鄭의 자산, 노魯의 맹공작.'


위의 구절은 맹공작이 작은 나라의 대부가 되기에도 자질이 부족했음을 말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래 구절과 연결해서 읽으면 자질이 부족했다기 보다는 정치를 할 만한 성품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지요. 치열한 권력 다툼의 장에서 버티며 자신의 이상을 실현시키려면 세에 속하기도 해야 하고 세를 만들기도 해야 합니다. 즉, 기본적으로 권력욕이 있어야 하지요. 그것 없이는 권한을 갖기 위해 투쟁할 수 없고, 권한을 갖지 못하는 한 이상을 펼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정치인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자들을 멀리해야 합니다. 이승만이 반민특위를 무력화한 이래 이 나라는 친일 독재 세력이 권력과 자본을 독점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민족 정기는 훼손되고, 독립 운동가들과 민주 투사들의 가문은 몰락하였으며, 국민들은 자본에 포섭된 채 돈의 노예로 전락했습니다. 정치판에서 그들과의 대결을 지속해 온 민주 진영 정치인들이 없었다면 나라 꼴이 어찌 되었을지 눈에 선하지요. 대의제 민주주의의 틀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없기에 버러지만도 못한 자들이 정치판에서 활개치고 다니게 하는 어리석은 짓은 이제 끝내야 합니다. 버러지만도 못한 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국민을 속이고 자신들의 이익을 탐하는 더러운 짓밖에 없으니까요.  



子路問成人 子曰 若臧武仲之知 公綽之不欲 卞莊子之勇 冉求之藝 文之以禮樂 亦可以爲成人矣 

曰 今之成人者何必然 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자로문성인 자왈 약장무중지지 공작지불욕 변장자지용 염구지예 문지이례약 역가이위성인의 

왈 금지성인자하필연 견리사의 견위수명 구요불망평생지언 역가이위성인의


-자로가 성인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만약 장무중의 지혜와 맹공작의 무욕, 변장자의 용기와 염구의 재주에 예악까지 갖춘다면 성인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느냐?"

공자가 말했다. "요즘의 성인이라는 것이야 어찌 꼭 그러하겠느냐? 눈앞의 이익을 보면 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면 목숨을 바치며, 오래된 약속일지라도 평생 그 말을 잊지 않는다면 또한 성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성인成人은 소위 '완성형 인간'의 의미입니다. 대인大人가 일맥상통하겠지요. 지혜가 있되 욕심이 없고, 용기를 갖추었으며 재주도 탁월한 사람이 예약에도 능하다면 그야말로 인간 중의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고 공자는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우주에 몇 명 없겠지요. 그래서 공자는 옛날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거의 없으니, '견리사의 견위수명'하고 약속을 꼭 지키기만 해도 충분히 인간으로서는 최고의 반열에 오르는 것이라고 얘기합니다. 


눈앞의 이익을 보면 불의한 짓이라도 서슴지 않고 먹으려 하고,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지라도 자신의 안위만 도모하며, 입으로만 그럴 듯하게 약속하고 뒤돌아서면 잊어 버리는 자들로 가득한 오늘날의 시대상에 비추어 보면 공자의 말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지요.  


아무리 달콤해 보여도 의롭지 않은 이익으로부터 고개를 돌리고,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주권자로서 목소리를 내며, 계획대로 풀리지 않은 사정상 지키지 못한 약속을 늘 가슴에 아프게 새기며 반드시 지키는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완성형 인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중일 것입니다. 저 역시 그 과정에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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