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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r 18.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11>-부이무교富而無驕


子曰 貧而無怨難 富而無驕易

자왈 빈이무원난 부이무교이


-공자가 말했다. "가난하면서 원망하지 않기는 어렵지만, 부유하면서 교만하지 않기는 쉽다."



<학이> 편 15장에서 우리는 이 구절과 유사한 표현을 공부한 바 있습니다. 


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 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 子貢曰 詩云 如切如磋 如琢如磨 其斯之謂與 子曰 賜也 始可與言詩已矣 告諸往而知來者

자공왈 빈이무첨 부이무교 하여 자왈 가야 미약빈이락 부이호예자야 자공왈 시운 여절여차 여탁여마 기사지위여 자왈 사야 시가여언시이의 고제왕이지래자

-자공이 말했다. "가난하지만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지만 교만하지 않다면 어떠한지요?" 공자가 말했다. "괜찮지. 허나 가난해도 마음이 즐겁고 부유해도 예를 좋아하는 것만 못하다." 자공이 말했다. "<<시경>>에 자르는 듯, 가는 듯, 쪼는 듯, 가는 듯하다고 했는데 이를 두고 한 말인가 봅니다." 공자가 말했다. "사야, 이제부터 더불어 시를 말할 수 있겠구나. 지나간 일을 가르치니 앞일까지 아는구나."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면 자신의 재능을 꽃 피우는 데까지 오랜 인내와 노력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태생적으로 부여 받은 불이익을 1차적으로 극복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성공을 향한 도전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회복하는데 오랜 기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몸이 망가지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소수의 성공 사례를 들어 가난이라는 제약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자들은 부가 대물림되는 사회 구조를 개혁하기는커녕 방치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입장에 있을 확률이 높지요. 


가난에 찌들다 보면 패배의식에 젖기 쉽습니다. 집안과 부모, 사회를 원망하고 자기 자신을 학대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그것은 인지상정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정서가 그와 같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자나 안회와 같은 사람들은 오히려 안빈낙도의 기회로 삼았지요. 청빈淸貧 곧 맑은 가난 속에서 진정한 구도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법정 스님, 성철 스님 등의 가르침도 대동소이합니다. 가난을 죄악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가난을 딛고 일어서는 힘은 거울 속에 비친 자기 자신에 대한 무한 신뢰와 단단한 의지에 있습니다. 그리고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실천이지요.


공자는 '부이무교이'를 통해 오히려 세태를 비판하고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자들은 가난한 이들의 고통에서 벗어나 있지요. 자신과 가족의 욕망을 충족시키는데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가진 자들의 교만이 하늘을 찌릅니다. 가진 것을 베풀고 나누려는 대신 더 갖고 누리고자 돈벌이에 혈안이 됩니다. 돈이 주는 힘에 중독되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부자들 가운데 오히려 교만하고, 부정하며, 천박한 자들이 넘치는 까닭에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부자에 대한 존경심 대신 질투, 시기, 원망이 커지게 됩니다.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세태가 하루아침에 바뀔 리 없습니다. 아름다운 부자들이 늘어날 수 있는 문화가 정립되어야 하지요. 주가 조작 등 부정한 수단으로 치부한 자들에 대한 단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자신의 실력으로 정직하게 노력하는 것이 유일무이한 부자의 길로 남을 때 부자를 존경하는 문화는 저절로 형성될 것입니다. 존경 받을 자격을 갖춘 부자들이 교만할 리 만무하지요. 공자 말대로 어진 부자들에게 그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빈이무첨 부이무교'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에 쓰인 글귀이기도 하지요. 위대한 그 분을 가슴에 품는다면 우리는 일시적으로 빈곤한 상황에 처한다고 해서 가난 따위에 굴복하는 나약한 영혼에 머무르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google.com/search?q=%EC%95%88%EC%A4%91%EA%B7%BC+%EB%B9%88%EC%9D%B4%EB%AC%B4%EC%B2%A8+%EB%B6%80%EC%9D%B4%EB%AC%B4%EA%B5%90&sxsrf=AJOqlzU5-igfJ_P2ur1ofzoyvg784Lkctg:1679109470993&source=lnms&tbm=isch&sa=X&ved=2ahUKEwij0bqcwuT9AhUJXWwGHZacAXkQ_AUoAXoECAEQAw&biw=1536&bih=792&dpr=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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