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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r 31.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24>-군자상달君子上達


子曰 君子上達 小人下達

자왈 군자상달 소인하달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상달하고 소인은 하달한다."



'달達'은 '통달하다, 도달하다'의 뜻입니다. 그러므로 '상달'은 위로 통달하는 것이요 위에 도달하는 것이며, '하달'은 아래로 통달하는 것이요 아래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군자는 정正의 가치를 추구합니다. 배움에 힘쓰고, 말은 삼가며, 의를 따르고, 예를 지키며, 덕을 숭상합니다. 날마다 '자강불식自強不息'하니 인의 경지를 향해 조금씩 올라갈 수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상달'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말하는 표현입니다. 하늘에 올라설 수 없듯 인간은 신이 될 수 없고 인의 경지에 쉽게 이를 수 없습니다. 바른 길(正道)을 끊임없이 걸을 줄 아는 군자이기에 그는 높은 수준의 이상적 인간형을 향해 지속적으로 올라가게 됩니다.


소인은 정반대이지요. 쥐뿔 아는 것도 없으면서 어쩌다 책 한 권 읽으면 똑똑한 척은 다합니다. 전지전능하고 능소능대한 자신에게 누군가 조언을 한다는 것을 참을 수 없으니 혼자만 지껄입니다. 이익만 좇으며, 예의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지요. 아무 데서나 삿대질하고, 반말하며, 공공 장소에서도 가려우면 사타구니를 긁습니다. 은혜를 배신으로 갚는 탁월한 인격은 덤이지요. 자기 성찰이 없으니 날마다 아래로 미끄러져 도저히 인간으로 봐 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상달은 중력을 거스르는 일입니다. 간절한 마음과 강인한 정신력으로 나약해지려는 자신을 호되게 채찍질하며 험준한 바위산을 오르는 일입니다. 아무나 할 수 없습니다. 어리석고 작았던 과거의 자신을 인정하고 더 나은 인간으로 거듭나겠다고 선언한 사람만이 내딛는 정직한 발걸음입니다. 소인은 이해할 수도 선택할 수도 없는 묵직한 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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