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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r 30.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23>-범안犯顔


子路問事君 子曰 勿欺也 而犯之

자로문사군 자왈 물기야 이범지


-자로가 임금을 섬기는 법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했다. "속이지 마라. 임금의 낯빛에 상관 말고 바른 말로 간하여라."   



임금도 사람입니다. 귀에 거슬리는 말을 들으면서 안색이 좋을 리 없겠지요. 하지만 임금에게 듣기 좋은 말만을 하는 자들은 간신배들일 뿐입니다. 나라와 백성을 생각하는 충신들만이 눈치를 보지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할 말을 하는 법입니다. 중요한 것은 백성이요 나라이지 임금을 기분 좋게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임금의 좋지 않은 낯빛에 관계하지 않고 바른 말로 간하는 것'을 '범안犯顔'이라고 합니다. 범안을 실천하려면 용기뿐만 아니라 지혜가 있어야 합니다. 그릇이 작은 리더에게는 어차피 범안이 먹히지 않습니다. 화를 당하기 십상이지요. 범안을 기꺼워하는 큰 그릇의 리더라고 할 지라도 의견을 올릴 때는 상황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른 심각한 사안에 대한 고민이 깊은데 상대적으로 후순위 안건을 들고 와서 급히 밀어붙이면 역효과가 날 확률이 높지요. 태도 역시 중요합니다. 리더를 가르치려 들거나 지나치게 공격적인 언사를 사용하면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수용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인> 편 26장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子游曰 事君數 斯辱矣 朋友數 斯疏矣

자유왈 사군삭 사욕의 붕우삭 사소의

-자유가 말했다. "임금을 섬길 때 간언이 지나치면 욕을 당하게 되고, 벗과 사귈 때 충고가 지나치면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현대 사회에서는 토론을 즐기는 리더가 필요한 법입니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 수단으로서 토론을 선호하는 리더는 공부하는 사람입니다. 학습하여 지식을 쌓고 그것을 통해 통찰력을 기르되 독단적 결론을 내지 않습니다. 대신 전문성을 갖춘 참모와 관료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국민과 나라에 이익이 되는 최적안을 함께 도출해 갈 줄 알지요.   


우리에게는 그런 위대한 리더들이 있었습니다. 역사 의식도 없고 지식도 통찰력도 갖추지 못한 무늬만 리더인 자의 수준 낮은 아무말 대잔치를 날마다 보고 있으려니 그저 한숨만 나올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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