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Mar 29.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22>-불감불고不敢不告


陳成子弑簡公 孔子沐浴而朝 告於哀公曰 陳恆弑其君 請討之 公曰 告夫三子 孔子曰 以吾從大夫之後 不敢不告也 君曰告夫三子者 

之三子告 不可 孔子曰 以吾從大夫之後 不敢不告也

진성자시간공 공자목욕이조 고어애공왈 진항시기군 청토지 공왈 고부삼자 공자왈 이오종대부지후 불감불고야 군왈고부삼자자 

지삼자고 불가 공자왈 이오종대부지후 불감불고야 


-진성자가 간공을 시해하자 공자가 목욕재계하고 조정에 들어가 애공에게 고했다. "진항이 자기 임금을 시해하였으니 청컨대 그를 토벌하십시오." 애공이 말했다. "세 대부들에게 말하시오." 공자가 말했다. "내가 대부의 뒤라도 따라다니는 처지라 감히 고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임금이 세 대부에게 말하라고 하였다."

세 대부에게 가서 말했는데 불가하다고 했다. 공자가 말했다. "내가 대부의 뒤라도 따라다니는 처지라 감히 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나라 임금 간공이 대부 진항에게 죽임을 당하자 공자는 동맹을 맺고 있던 노나라의 입장에서 죄를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때가 공자가 죽기 2년 전이라고 합니다.


공자는 비록 실권은 없으나 대부라고 불리는 사람으로서 불의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두 번이나 자조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의 심정이 '이오종대부지후'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삼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노나라 국정 형편상 애공은 공자에게 삼환과 의논하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었고, 삼환은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진항의 토벌에 나설 이유가 없었지요. 


이 사례는 맹자의 이른바 '역성혁명론'과는 다릅니다. 맹자는 인을 해치는 자를 적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고 하며 잔적은 일개 필부에 불과하다고 했습니다. 탕湯이 걸桀을 죽이고 무武가 주紂를 죽인 것에 대해 일부一夫를 죽였다는 말은 들었어도 임금을 시해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고 일갈하는 <<맹자>> <양혜왕 하>의 대목입니다. 


임금답지 않은 자를 처단한다고 해서 무조건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무왕처럼 뚜렷한 대의명분을 갖춘 자격 있는 자의 혁명 만이 인정 받을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대의명분이란 당연히 백성들의 지지입니다. 맹자는 백성이 가장 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고 보았으니까요.   


백성들의 삶과 나라의 안위에는 아무 관심 없는 자들이 권력에 눈이 멀어 임금까지 죽이는 세태는 무도한 시대상을 잘 보여 줍니다. 평생 인의 이상을 추구했던 말년의 공자로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일이었겠지요. 하지만 인간 세상에는 이해할 수도,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는 일들이 자주 벌어집니다. 바로 지금 우리 시대처럼 말이지요. 


언론이 '불감불고'의 정신을 실천했다면 이런 시대를 살아갈 일이 없었겠지요. 이제 언론개혁은 나라가 살기 위한 사생결단의 시대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21>-기언지부작其言之不怍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