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호 Mar 28.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21>-기언지부작其言之不怍


子曰 其言之不怍 則爲之也難

자왈 기언지부작 즉위지야난


-공자가 말했다. "기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행하기란 어렵다."



위 구절은 <이인> 편 22장과 일맥상통합니다. 


子曰 古者言之不出 恥躬之不逮也

자왈 고자언지불출 치궁지불체야

-공자가 말했다. "옛사람들이 말을 입 밖에 내지 않은 것은 실천이 말에 미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기 때문이다."



'기언'이란 '그 말'이라기 보다는 '기약期約의 말' 정도의 뉘앙스로 읽으면 됩니다. '무엇무엇을 하겠다고 약속하거나 선언하는' 따위의 말이지요. 


진심이 있어도 환경과 상황 때문에 기약을 지키지 못하여 가슴 아파하고 미안해 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뻔뻔하게 지껄이는 자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다 같이 잘사는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아무리 목청껏 부르짖어 봐야 노동시간을 69시간으로 늘리고, 노조를 탄압하며, 공공요금을 미친 듯이 올리고, 일본에게 끽소리도 못 내는 정부가 그런 나라를 만들 수는 없는 법입니다. 애초에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있다면 저런 속 보이는 말을 내뱉을 수 없는 것이지요. 


그런 나라를 만들지 못함을 부끄러워해야 비로소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가능성이 생기게 됩니다. 그 가능성이 0에 수렴하니 나라의 위상과 국민의 자존감이 급격히 추락하는 것이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20>-해이불상奚而不喪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