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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호 Mar 27. 2023

일상의 논어 <헌문憲問20>-해이불상奚而不喪


子言衛靈公之無道也 康子曰 夫如是 奚而不喪 孔子曰 仲叔圉治賓客 祝鮀治宗廟 王孫賈治軍旅 夫如是 奚其喪

자언위령공지무도야 강자왈 부여시 해이불상 공자왈 중숙어치빈객 축타치종묘 왕손가치군려 부여시 해기상 


-공자가 위령공의 무도함에 대해 얘기하자 계강자가 말했다. "그런데도 어째서 망하지 않는 것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중숙어가 손님을 대접하고, 축타가 종묘를 담당하며, 왕손가가 군대를 맡고 있습니다. 이러한데 어찌 망하겠습니까?"



<옹야> 편 14장 해설할 때 언급했던 구절입니다. (참조: https://brunch.co.kr/@ornard/956)


앞에서 많이 등장했던 위령공은 다음 편인 <위령공> 편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부인 남자에게 휘둘린 현명치 못한 군주였지요.


중숙어는 공문자 또는 공숙문자로 자주 등장했던 위나라의 대부입니다. 축타는 위의 <옹야> 편 14장, 왕손가는 <팔일> 편 13장에 각각 등장하는 위나라의 대부입니다. 


임금이 무능해도 유능한 신하들이 흔들리지 않고 각자의 영역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사심 없이 발휘한다면 국정이 운영되고 나라가 유지될 수 있다고 공자는 얘기합니다. 달리 말하면 리더가 무능한데 아래의 참모들도 마찬가지일 경우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성립되겠지요.  


유능한 신하들이 보좌하니 무능하기 그지 없는 위령공조차 40년 넘게 권좌에 앉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권력은 시한부로 작동되지요. 시한부 권력자가 무능할 경우 답이 없게 됩니다. 무능한 리더 아래에 유능한 참모들이 모일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정당 정치를 통해 권력자가 배출되는 만큼, 무능한 자를 리더로 뽑아 달라고 내세운 정당에 실력 있는 인재들이 모여 있을 리 만무하지요. 


청렴하고 정직하며 유능한 일꾼을 외면한 대가는 국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됩니다. 결국 좋은 정치도 나쁜 정치도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지요.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주권자로서의 책무를 방기하는 한 권력을 잡은 자가 국민을 버리고 나라를 망가뜨리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라고 뽑아 준 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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